사설·칼럼

[구본영 칼럼] 국정기조 바꾸라는 경보음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05 17:06

수정 2018.12.05 17:06

반토막난 대통령 지지율
슬로건보다 성과가 중요
이벤트 정치 연연 말아야
[구본영 칼럼] 국정기조 바꾸라는 경보음

며칠 전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별세했다. 전임자인 로널드 레이건의 유산을 이어받아 탈냉전 시대를 연 그였다. 걸프전 승리 때는 지지율이 90%까지 치솟았지만 재선에 실패한 마지막 대통령이란 불명예도 안았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빌 클린턴의 선거구호가 말하듯 미국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서다.

취임 초 80%대를 넘나들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시나브로 반토막났다. 리얼미터의 지난달 26∼30일 조사에서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8.4%, 부정 평가는 46.6%였다.
알앤써치의 11월 넷째 주 조사에서도 긍정 49.0%, 부정 45.8%였다. 대통령 지지율이 점차 낮아지는 건 자연스럽다. 국정 수행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비판에 노출될 개연성도 커져서다.

더욱이 문 대통령의 임기 초 고지지율은 전임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런 '탄핵 기저효과'가 사라진 만큼 지지율도 빠질 수밖에 없다.

물론 집권 2년차 지지율론 아직 전임자들보다 높다. 그래도 안심할 계제는 아니다. 역대 정권도 지지도가 50%로 아래로 미끄러져 내리면 국정동력이 급속히 약화됐었다. 미국에서도 퇴임 직전 6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대통령은 불과 두 명이다. 앞서 언급한 레이건과 클린턴이다. 훌륭한 경제성적표가 공통적 성공 비결이었다.

"지금까지는 국정과제를 설계했다면 이제부터는 국정의 성과를 정부와 함께 만들어나가는 구현자가 돼 달라." 얼마 전 국정과제협의회 위원들에게 문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 말 속에 지지도를 하락시킨 요인과 이를 회복할 단서가 다 담겨 있을 법하다. 국정 어젠다는 창대했지만, 이를 실현할 역량은 미약했기에 하는 얘기다.

문재인정부는 줄곧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한다며 '공정경제'와 '포용적 국가'를 강조했다. 하지만 각종 지표를 보라. 성장은 둔화되고, 실업률은 높아지면서 분배조차 더 악화되고 있다. 내치만 그런 게 아니다. 현 정부는 전 정부가 합의한 위안부치유재단을 일본 정부의 사죄가 미흡하다며 해산했다. 그런 뒤 추가 배상금을 얻어내긴커녕 새롭게 일본 측의 사죄도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합의 파기는 아니라며 위안부 할머니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선 "청구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명분은 맞았지만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실제로 해준 건 아무것도 없다. 탈원전 등 손대는 국정마다 이렇게 흘러가니 "그래서 어쩌라고(So what)?"라는 냉소가 나오는 것이다. 이러니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에서 싹튼 '한반도 평화론'에 환호하던 열기도 사그라들고 있다. 경제는 주저앉고, 평화는 신기루처럼 보이는데 민심이 흔들리지 않을 까닭이 없다.

2009년 자민당의 54년 독주를 깬 일본 민주당의 3년3개월 단명의 배경이 뭔가. 슬로건이 거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실력이 미달해서다. 자녀수당, 고속도로 무료통행 등 민심을 좇는 시늉은 했지만 결실은 없이 경제 기반만 무너뜨리면서다.

"국가대표는 증명하는 자리이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전패한 대표팀에 이영표 해설위원이 던진 쓴소리다.
집권 3년차를 앞둔 여권도 실력을 보여줄 때다. 소득주도성장론이든, 한반도평화론이든 손에 잡히는 실적 없이 국민 감성에 기대는 이벤트 정치로 지지율을 지키긴 어렵다.
문재인정부가 국정기조 전반에 걸쳐 영점조준을 다시 할 시점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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