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순의 시선]

IFRS는 지속 가능한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04 17:17 수정 : 2018.12.04 17:17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결국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이제 판단은 법원 몫이지만 삼성바이오 분식 논란은 한국 회계에 많은 숙제를 남겼다. 우선 "한국 회계가 위기에 빠졌다"는 전문가들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채택한 국제회계기준(IFRS)의 미래가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난주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파이낸셜뉴스가 공동주최한 제10회 국제회계포럼에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IFRS와 이혼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전 회계(K-GAAP)가 규정 중심이라면 IFRS는 원칙 중심이다. 큰 원칙 아래에서 기업에 자율성을 주는 방식이다. 애매한 경우는 기업에 유리한 해석도 가능하다. 2011년 IFRS가 도입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논란이 가시지 않는다. 해석을 두고 금융당국도 헷갈린다. 2012년 10월부터 7개월간 이어진 두산인프라코어의 영구채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두산인프라코어는 해외에서 5억달러 규모 영구채를 발행했다. 영구채는 만기를 계속 연장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 만기가 없는 채권이다. 문제는 영구채 구조였다. 후순위성이 명시돼 있지 않고, 5년 뒤 5%포인트의 추가 가산금리가 붙도록 돼 있어 "사실상 5년 만기 회사채"라는 지적이 나왔다. 자본이 아닌 부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자본으로 인정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자 금융위원회가 자본으로 보기 어렵다며 제동을 걸었다. 국내 신용평가사와 연구기관은 물론 증권사 리서치센터까지 논란에 가세했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위는 법적 해석 권한이 있는 한국회계기준원에 판단을 맡겼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로 넘겼다. 결국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IFRS IC)는 2013년 5월 자본으로 결론지었다. 논란이 불거진 지 7개월 만이다. 당시 여론은 싸늘했다. 금융감독 당국 간에 견해차가 생긴 데다 결정을 해외로 넘긴 사이 시장은 혼란스러웠고, 피해는 투자자 몫이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도 금융당국이 혼란을 부채질했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가 적정했다고 판단했지만 정권이 바뀌자 '고의적 분식'으로 말을 바꿨다. 오죽하면 포럼에서 한 참석자가 "K-GAAP 시절 회계를 배운 금융감독 당국자들이 과연 IFRS를 제대로 이해할지 의문"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비판을 모르지 않는다. 지난달 한국회계학회 주최 세미나에서 김학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그동안 기업과 외부감사인에게 IFRS라는 새옷을 입히는 데 치중한 나머지 원칙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감독기관이 제재에 치우쳤다는 지적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 IFRS가 무엇을 중시하는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회계라는 경기장의 심판이다. 심판이 규칙을 헷갈리면 경기는 뒤죽박죽된다. 제2, 제3의 '삼바 사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IFRS는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맞춰 기업에 회계 재량권을 주고, 회계 투명화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금융당국이 사후 징벌에 치중하면 기업들은 눈치를 보며 GAAP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새 회계기준이 현장에서 뿌리를 내리려면 금융당국부터 변해야 한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자본시장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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