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불안한 휴전']

트럼프에 농산물 안기고 관세 보류… 실리는 시진핑이 챙겼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03 17:35 수정 : 2018.12.03 17:35

기술이전·지재권 논의 뒤로 미뤄
미·중 '90일간의 협상' 험로 예고
주요국 증시·원자재값은 급등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했지만 첨예하게 대립하던 문제는 향후 협상 과제로 남겨둔 데다 서로 합의에 대한 해석이 다른 것으로 전해지면서 향후 험로가 예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에서 얻을 것은 모두 얻은 대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들만 미국에 양보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은 봉합 수준이긴 하지만, 확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제거됐다는 점에서 크게 들썩였다. 주요국 주가와 원자재 가격이 대부분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힘든 협상, 이제 시작"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 합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석달간 양국은 매우 힘든 협상을 벌이게 됐다고 전망했다. 지식재산권 강탈, 기술 강제 이전, 국영기업 보조금 지급 등 미국이 애초에 관세를 물리면서 지적했던 중국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합의에 없었다. 미 상공회의소 국제부문 책임자 마이런 브릴리언트는 돌파구가 마련된 점은 환영할 만하지만 이는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힘든 일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매튜스 아시아의 투자전략가 앤디 로스먼도 미·중 양측이 휴전협정 지속을 원하면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떠오르는 중국과 경제, 전략적 힘을 공유해야 하고 중국의 정치 구조는 외부의 강압으로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시 주석의 중국 행정부는 "기존 글로벌 인프라 안에서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행사하려 한다면 그 시스템의 규칙들을 따르고, 투명해져야 하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석의 차이도 골칫거리다. 우선 관세 문제다. 중국은 새 협상 뒤 이전에 매겨진 관세가 완전히 없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이를 언급한 적이 없다. 또 이번 휴전은 앞으로 90일간의 협상에 달려 있다고 못박았지만 중국은 이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90일 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의 관세 압박이 더 높아진다는 점에 대해서도 중국은 외면하고 있다.

■실리는 시진핑이 다 챙겨

FT는 시 주석이 실상 원하는 것은 이번 합의에서 다 챙겼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완패라는 것이다.

미국은 전기차, 항공기, 바이오-제약, 농기계류 등 중국이 기술자립을 위해 미 기업들의 지재권을 빼앗거나, 기술을 중국 합작사에 강제 이전토록 하는 관행을 막기 위해 관세를 들고나왔지만 정작 이번 합의에서는 이런 점들이 모두 빠졌다. 결국 시진핑은 아르헨티나에서 중국의 기술입국인 '중국제조 2025' 계획 달성과 관련해서는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은 그저 앞으로 석달간 이 문제에 관해 논의하자는 약속만 하고 관세인상 보류라는 큰 선물을 받았다. 또 중국이 수입 확대를 약속한 품목들은 중국이 기술 확보에 혈안이 돼있지 않은 석유,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와 농작물 등에 불과하다. 대신 중국은 2020년 대통령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의 국내정치용 선물만 한보따리 안겼다. 트럼프의 표밭인 미 농촌지역에 도움이 될 농산물 수입 확대가 대표적이다.

한편, 최악 국면이 사라지면서 아시아 주요국 통화가치는 이날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고 금속, 상품가격도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오전 아시아거래에서 대두 1월물 가격은 장중 한때 3% 넘게 올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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