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찰IN] 가정폭력 '현행범 체포' 5년전 재탕… 기소유예도 그대로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03 17:01

수정 2018.12.03 17:01

여가부 가정폭력 방지 대책 논란
상습·흉기 구속수사도 나온 것
처벌법 목적도 권고안 안 따라..재범 위험성 조사표 개선 필요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10층 조영래홀에서는 '위험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찰의 가정폭력 재범위험성 조사표'라는 주제로 새로운 가정폭력위험평가서 개발 및 활용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10층 조영래홀에서는 '위험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찰의 가정폭력 재범위험성 조사표'라는 주제로 새로운 가정폭력위험평가서 개발 및 활용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최근 정부는 잇따르는 가정폭력 사건에 대응하고자 가정폭력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경찰이 가정폭력 현장에 출동해 현행범을 즉시 체포할 수 있고 가해자가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위반했을 때 최고 징역도 가능하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책이 재탕에 불과하다며 경찰의 적극적 대응과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정폭력 방지대책'재탕' 지적도

3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가정폭력 방지대책을 보고했다.


이번 대책으로 폭력행위 제지, 가정폭력 행위자·피해자 분리 등으로 구성된 가정폭력처벌법 응급조치 유형에 '현행범 체포'가 추가된다. 또 가해자가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위반했을 때 과태료에서 징역 또는 벌금 처벌로 제재 수단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가정폭력 112 신고이력 보관 기간을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 현장 종결된 사안도 기록을 유지키로 했다.

여가부의 이 같은 발표에도 불구, 대책이 재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년 전에도 정부는 가정폭력 방지 대책을 발표하면서 현행범 체포를 강조하면서 상습·흉기 이용 가해자는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하고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자녀면접교섭권을 제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검사가 상담을 조건으로 가정폭력 피의자를 기소하지 않을 수 있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가 폐지되지 않고 '가족의 유지 및 회복'으로 규정된 가정폭력처벌법의 목적을 '피해자와 그 가족의 안전 보장'으로 바꾸지 않은 점도 이번 대책의 한계로 꼽힌다.

■재범위험성 조사표 개선… "현장 경찰, 대응 중요"

여성계에서는 경찰의 '가정폭력 재범위험성 조사표' 개선도 촉구한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달 29일 변호사회관에서 가정폭력 위험성 평가 모델 개발 및 활용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김홍미리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현행 재범위험성 조사표는 살핌의 역량이 부재 중인 조건에서 객관적 평가가 어렵고 신체적 폭력만을 기준점으로 삼기에 친밀한 폭력의 본질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문숙 한국여성의전화 쉼터 활동가는 "지난 8월 가정폭력 출동 사건의 재범위험성 조사표를 조사한 결과 작성조차 하지 않은 경우가 30~40%에 달했다"며 "영국의 가정폭력 위험성 평가 척도인 DASH는 신체적 폭력의 심각도로만 가정폭력의 위험성을 진단하려 하지 않고 피해자가 입은 학대의 복합성, 과거 피해 내력 등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질문들로 구성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항곤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과장은 "현장 상황이 대부분 복잡하고 가해자가 주취인 경우가 많아 조사표 작성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영국, 캐나다 모델과 현장 경찰관 의견 등을 바탕으로 만든 새 재범위험성 조사표를 12월부터 서울 마포·노원·혜화경찰서 3곳에서 시범운영하고 내년 초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아무리 좋은 위험성 평가도구가 있어도 실제 가정폭력 현장에서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며 "현장 경찰관들에 대한 피해자 중심의 가정폭력 대응과 성인지적 교육과 위험성 평가표 사용 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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