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원전 수주 만능주의 위험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03 16:59 수정 : 2018.12.03 16:59


원전 수주는 '정치적'이다. 원전을 일반 발전플랜트의 '상업적' 계약으로 봐선 착오다. 원전 수주전은 국가 간 정치·외교·안보와 맞물려 있고, 국제질서와도 얽혀 움직인다. 한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도 많다.
사업비 또한 국책사업 단가로 가장 고가(원전 1기 약 10조원)다. 원전 건설은 현재 권력을 장악한 정부(정권)가 결정해 '빅딜'에 이른다. 거래 성사는 해당 정부와 사업자가 원전사업 자금부터 전·후방의 책임을 얼마나 분담하느냐에 달렸다. 이런 관점에서 장밋빛 전망, '원전 수주 만능주의'는 위험하다. 다각도로 따져봐야 한다.

현재 한국이 참여하는 원전 수주전은 ①영국 ②사우디아라비아 ③체코다. 영국과 체코는 원전 경험이 많고, 사우디는 자국 첫 원전이다. 영국·사우디는 한국전력, 체코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참여 주체다.

①영국 원전은 '리셋(초기화)'됐다. 결과적으로 '영리한' 일본, 프랑스가 모두 손을 뗐다. 도시바는 경제성을 이유로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자인 뉴젠(지분 100%)을 지난달 청산했다. '노련한' 영국 정부와 △방사능 유출사고 위험 △핵폐기물 처리 △제3자 책임 소재 등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게 이유다. 지난해 한전은 영국 원전 프로젝트를 덥석 물었고, 우선협상대상자(2017년 12월)가 됐다. 새 정부 초기 탈원전 정책과 맞물려 수주 기대감이 너무 컸다.

②사우디 원전은 '표면적으로' 순조로운 듯하나 가장 복잡하다. 수십조원의 원전 건설비용을 사우디 정부가 댈 것인지의 문제인 사업방식도 미정이다. 사우디가 한·미·중·러·프 5개국 중에 2~3개를 정하는 '2차전' 커트라인에 우리나라(한전)는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선협상자는 예측 불가다. 가능성이 높다면 합종연횡 시나리오다. 중동 패권질서의 변수 때문이다. 미국과 군사동맹, 핵보유국 이란과 적대관계인 사우디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우라늄 농축) 기술 확보에 관심이 있다. 이는 미국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왕정국가인 사우디가 물밑에서 트럼프 정부에 '미국 원전기술을 희망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국의 독자수주가 아닌 한·미(웨스팅하우스) 공동 컨소시엄 시나리오다.

③체코 원전사업은 '불확실'하다. 체코와는 10여년 전부터 원전 논의가 진행 중인데, 한수원이 2016년 법적 인정을 받아 독자수주에 나섰다. 체코 정부는 2040년까지 원전 1~2기를 건설할 계획이지만, 정부의 책임(자금조달) 범위를 놓고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내각책임제인 체코 연립정부의 원전정책 지속 가능성도 변수다. 게다가 체코는 세계 최대 사업자인 러시아 로사톰의 지배력이 크다.

①②③은 우리에게 기회임은 맞다. 하지만 원전 수주가 교과서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수십조원의 빅딜에서 상대의 약점(탈원전 정책)을 이용하지 않을 리 없다. 현재의 '탈원전'이 원전 수주의 아킬레스건이 된다면 정부 전략은 실패다. 미래세대에도 치명적인 일이다. '원전수주 불안'을 탈원전 탓으로 몰아가는 원전 전문가 집단의 주장은 국익에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그들이 쏟아내는 여론(주장)은 정부의 '일방적 탈원전'에 대한 분노로만 읽힌다. 전문가답게 좀 더 '과학적으로' 탈원전 정책의 오류를 지적해야 한다. 한수원이 한전과 경쟁구도로 조급히 성과를 내려는 시도 또한 위험하다. 쫓기는 딜은 '승자의 저주'에 빠진다. UAE 바라카 원전의 '60년 이익 독점보장'의 믿음이 10년도 안돼 깨지지 않았나. 총력을 다하되 냉정해야 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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