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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H.W. 부시 美 전 대통령 타계, 걸프전·냉전을 끝낸 대통령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02 15:05

수정 2018.12.02 15:05

조지 H.W. 부시 미국 전 대통령.AFP연합뉴스
조지 H.W. 부시 미국 전 대통령.AFP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의 휴스턴 자택에 누워있던 조지 H.W. 부시 미 전 대통령은 장남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그는 아들이 "아주 멋진 아버지셨습니다. 사랑해요"라고 하자 "나도 사랑한다"고 답하고 눈을 감았다. 향년 94세였다.

CNN등 외신들에 따르면 부시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 10분에 자택에서 친인척들이 함께한 가운데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 파킨슨병으로 투병해온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73년간 해로해온 부인 바버라 여사가 92세에 세상을 떠난 이후 병세가 위중해져 병원을 자주 찾았다.
그는 나이로 따지면 미국 최장수 대통령 기록을 세웠다.

■걸프전·냉전을 끝낸 대통령
1924년 6월에 미 매사추세츠주 밀턴에서 태어난 부시 전 대통령은 태평양 전쟁에 해군 조종사로 참전했다 격추당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그는 전쟁이 끝나자 텍사스주에서 석유 사업을 시작했으며 1966년 텍사스 주 하원의원 당선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유엔 주재 미 대사와 국무부 베이징연락사무소장,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을 지냈고 지난 1988년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민주당의 마이클 듀카키스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누르고 이듬해 제 41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다음해 이라크를 침공, 걸프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

또한 그는 냉전을 마무리 짓기도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베를린 장벽 직후인 1989년 12월에 지중해 몰타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서기장과 만나 냉전 종식을 선언했고 다음해 양자간 전략 핵무기 감축을 명시한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 I)에 서명했다. 그는 걸프전 승전 이후 인기 몰이를 했지만 경기 침체 등으로 민심을 잃으면서 1992년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패해 재선에 실패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후 텍사스주로 돌아가 노후를 보냈고 장남과 차남(젭 부시)이 각각 대통령과 플로리다 주지사가 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전세계 애도, 5일 美증시 휴장
그의 영면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안팎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일 발표에서 오는 5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하고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모든 기자회견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30일간 세계 모든 미 공공건물에 조기를 계양하겠다며 "부시 전 대통령은 미국의 위대한 두 가지 덕목인 기업가 정신과 공직에의 헌신을 겸비한 위대한 미국인의 삶을 살았다"고 애도했다. 미 뉴욕증권거래소와 시카고상품거래소도 5일 휴장하기로 결정했다. 1992년에서 부시 전 대통령을 꺾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와 쌓아온 우정에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애도 메시지를 냈다. 부시 전 대통령과 냉전을 끝냈던 고르바초프 전 서기장은 러시아 언론을 통해 "그는 엄청난 책임감을 요구하는 대변화의 시기에 냉전과 핵무기 경쟁의 종식을 가져왔다"고 발표했다. 셰이크 사바 알 아흐마드 알사바 쿠웨이트 국왕도 "부시 전 대통령은 정의와 평등을 기초로 한 새로운 국제질서를 조성하는 데 노력했다"고 평했다. 이외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모인 각국 정상들도 앞 다퉈 조의를 표했다. 부시 전 대통령 장례식은 5일 텍사스와 워싱턴DC에서 각각 열리며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이후 11년만에 국장으로 치러진다.
운구에 대통령 전용기가 투입될 예정이다. 유해는 오는 3일 워싱턴DC 의회에 안치된 이후 공개 조문을 거치며 6일 텍사스 A&M 대학 내에 위치한 부시 전 대통령 도서관 정원에 안장된다.
A&M 대학측은 부시 전 대통령이 바버러 여사와 1953년 3살 나이로 숨진 딸 로빈이 묻힌 가족묘지 옆에 안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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