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가격 올리면 나쁜기업, 동결하면 좋은기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9 16:53 수정 : 2018.11.29 16:53


유업체들이 축산농가에서 사들이는 원유 가격이 올랐다. 2013년 이후 5년 만이다. 원유 가격이 오르니 시중에 판매되는 흰우유 가격이 따라 올랐다.

과자 가격도 올랐다.
원재료 가격과 최저임금 인상 등 상품을 제조하는 원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새우깡에 들어가는 새우 가격도 올랐다고 한다.

피자 가격도 올라갔다. 배달비와 인건비 상승 등 가맹점의 비용부담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는 게 이유다.

치킨 가격도 올랐다.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 재료비 부담이 늘어난 가맹점주들이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는 게 최근 치킨 가격을 올린 업체의 설명이다.

연말 잇따른 식품 가격 인상에 공통적으로 보이는 항목은 원가상승이다. 인건비와 재료비가 오르는데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부담은 고스란히 사업자가 떠안아야 한다. 가격을 올리는 업체들은 그동안 많이 참았다고들 한다. 실제로 우유 가격이 5년 만에 올랐고, 농심은 과자 가격을 2년4개월 만에, 미스터피자는 5년 만에, 팔도의 비락식혜는 5년8개월 만에 가격을 인상했다. 식품 가격들도 그동안 월급만큼이나 오르지 못했던 셈이다.

가격을 올리지 않은 곳들이라고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니 다른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내부적으로 시스템을 고도화해 원가부담을 억제하고 있다고들 말하지만 고민이 깊은 모습이다. 그동안 올리지 않았던 제품 가격을 인상했을 때의 역풍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실제로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올려야 하는 이유는 너무 많지만 가격인상에 대한 색안경이 너무 짙기 때문에 올릴 수가 없다"며 한숨을 내쉰다. 가격을 올리면 나쁜 기업, 동결하면 좋은 기업이라는 인식이 너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수년간 가격을 동결해 좋은 기업으로 칭송받는 한 식품업체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판매는 잘되지만 수익은 얼마 없는 말 그대로 '남는 게 없는 장사'가 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제는 언제 가격을 올릴지가 더 관심사가 됐다.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식품업체는 덩치는 크지만 이익률이 낮다. 임금도 짜다. 올해 한 취업정보업체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식품업체는 대기업군에 포함되지만 신입사원 연봉은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 업종에서 유독 식음료·외식 업종만 대졸 신입직원 평균연봉을 크게 밑돌았다. 대졸 신입사원 초봉은 평균 4060만원이었지만 식음료·외식업종은 3560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인상은 분명 반갑지 않은 일이다. 다만 가격을 동결하는데 어느 한쪽의 일방적 인내와 희생이 필요하다면 그냥 넘어갈 일도 아니다. 결국 모든 게 돌고 도는 일이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생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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