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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트럼프의 관심 다시 北으로 돌릴까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8 17:30

수정 2018.11.28 17:30

G20서 여섯번째 정상회담
트럼프, 中 무역전쟁 집중.. 北·美대화 불씨 살릴 기회
文대통령, 트럼프의 관심 다시 北으로 돌릴까

【 프라하(체코)·서울=조은효 이태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연초 '평창 구상'을 시작으로 본격 북.미 대화 중재자 역할을 한 지 1년여가 다 돼 가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치프 네고시에이터(chief negotiator)'로서의 임무는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실상 올해 마지막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 백악관과 청와대는 이달 30일(현지시간)과 내달 1일 양일 중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회담을 하기로 확정하고,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협의 중이다. 두 정상 간 회담은 이번이 여섯번째다. 한.미.일 정상회담까지 포함하면 여덟번째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4년차(3년7개월)에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여섯번째 회담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트럼프' 간 대화가 비교적 활발히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28일 이번 순방의 중간기착지인 체코 프라하에서 임기 2년차의 마지막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년6개월간 한.미 관계는 평창동계올림픽 전과 후로 나뉜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해 말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신뢰 형성을 위한 관계 구축기를 가진 후 평창구상을 기점으로 북.미 중재 역할에 페달을 밟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인 지난 9월 5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과 미국, 양쪽을 대표하는 협상가, 치프 네고시에이터로 역할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의 이런 입장은 3개월여가 흐른 이번에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 대신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문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11월 15일)에서 "북쪽과 좀 더 긴밀히 소통하고 대화해달라"고 말했다.

최근 북.미 대화는 소강상태를 넘어 방치상태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비핵화-상응조치' 간 불일치, 정상 간 대화를 요구하는 북측과 실무대화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려는 미측 간 간극으로 북.미는 지난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이렇다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

내년 민주당이 장악한 미 하원이 본격 가동되면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협상의 여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 최근 미국이 내년도에 한.미 독수리 군사훈련의 규모를 축소하기로 한 점, 남북 철도 공동조사에 대한 제재 면제조치를 내린 점 등은 대화의 불씨를 이어나가겠다는 신호로 읽혀진다. 분명한 건 동력의 후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부진한 북.미 대화를 제쳐두고,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중 무역전쟁 담판을 짓는 데 올인하는 모양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흥미를 잃게 되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의 동력이 역시 가라앉게 된다"며 "문 대통령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계속 유지시키는 전략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다자회의를 겸해 촉박하게 열리는 회담인지라 내밀한 대화를 주고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과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잇따라 양자 정상회담도 가질 예정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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