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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OECD, 文정부 '혁신적 포용국가론' 첫 사례연구 추진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5 17:32

수정 2018.11.25 21:08

'혁신적 포용국가론' 중장기 걸쳐 평가·측정.. 소득주도성장 이론 정립
文대통령-OECD 사무총장 26일 만나 포용성장 논의
[단독] OECD, 文정부 '혁신적 포용국가론' 첫 사례연구 추진

문재인정부의 '혁신적 포용국가론'이 포용성장 이론의 본류라 할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첫 사례연구 대상으로 추진된다. '문재인판' 포용성장 정책을 중장기적으로 평가·측정해주는 작업이다. 보수 야권으로부터 여전히 공세에 시달리는 문재인정부의 포용국가론이 국제적으로 공인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순방 하루 전인 26일 청와대에서 1년여만에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을 접견하고 한국의 포용성장과 OECD의 포용성장론을 접목하는 이런 문제를 논의한다.

25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OECD는 지난 5월 각료이사회에서 포용성장 실행 프레임워크를 만들었다"며 "한국이 이 실행 프레임워크의 첫 사례 대상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앞서 이달 중순에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포용정책 모범사례와 국제기구의 정책권고를 수집한 '포용성 정책 APEC 사례집' 작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에게 '디지털화: 한국의 차세대 생산 혁명을 위한 성장 동력' 이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전달받은 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에게 '디지털화: 한국의 차세대 생산 혁명을 위한 성장 동력' 이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전달받은 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포용성장 국제공인 추진

OECD는 금융위기 이후 기존 주류 경제학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포용적 성장을 대안으로 모색해왔고, 지난 5월 각료이사회에서 포용성장에 대한 평가지표 개발(실행 프레임워크) 완료를 선언했다.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OECD로선 실행 프레임워크 마련으로 포용성장에 대한 일종의 '총론'을 만든 셈인데, 앞으로는 '각론' 연구의 첫 타자가 한국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OECD의 포용적 성장은 '배제하지 않는 성장' '분배에 방점을 둔 정책설계' '기술의 확산과 기업가정신 도모' 등을 핵심 목표로 한다. OECD와의 공동작업은 최근까지 OECD대사를 지낸 윤종원 경제수석이 막후에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관련예산을 이미 반영한 상태다.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성장론에서 출발, 세바퀴 성장론(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을 거쳐 '포용국가'로 탈피했다가 최근엔 경제·사회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혁신적 포용국가'로 변모를 시도하고 있다.

포용성장이 청와대에서 본격 부상한 건 지난 7월 대통령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이 용어를 사용하면서부터다. 청와대는 포용성장을 기존 세바퀴 성장론을 구성하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상위개념'으로 쓰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문재인정부의 원조 경제철학이라 할 수 있는 소득주도성장론이 상처가 난 데 따른 이론적·정책적 보완 차원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내년 추진할 '비전2040'이 포용국가의 설계도라면 OECD의 케이스 연구는 이에 대한 평가지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6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8 포용국가 전략회의에서 포용국가 전략비전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6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8 포용국가 전략회의에서 포용국가 전략비전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용적 성장, 野가 했던 같은 얘기

문 대통령은 그간 보수 야권의 포용국가에 대한 이념적 공세에 대해 적지 않게 답답함을 토로해왔다.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문기구 위원들과 오찬에선 "특별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는 지금 포용적 성장, 지속 가능한 발전, 사람 중심 이렇게 고민하는데 이것이 대한민국에서만, 또 문재인정부에서만 특별한 가치로 고민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라며 "동시대적 고민이랄까 국제사회와 세계 모든 나라의 공통된 고민이고 관심"이라고 강조했다. OECD와 회원국들이 추구하는 포용성장과 한국의 포용성장이 과연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최근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 정부도 소득주도성장을 했다. 당시 문제의식도 옳았고, 처방도 제시했지만 소위 타협을 했다"며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제일 먼저 한 얘기가 양극화 해소다. 이를 위해 소득주도성장을 일시적으로 추진했으나 부동산 경기를 띄우는 소위 단기부양책으로 돌아섰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전 정부 역시 같은 걸 추구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판 포용성장의 '국제적 공인'은 포용국가론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소득주도성장을 이론적으로 정립시키는 기회로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소득주도성장론은 여전히 주류 경제학에서 이단 취급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경제라인을 교체하면서 당시 홍장표 경제수석에게 "문재인정부 경제모델을 체계적으로 재정비해 달라"고 주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대통령 특명'으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 산하에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발족·가동 중이다.

국내 일부 학자들은 성장과 분배의 '순서'에 있어 OECD와 정부의 포용성장에 선후관계가 차이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두원 연세대 교수는 "포용적 성장은 성장의 혜택을 소수가 아닌 보다 더 많은 사람이 나눠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다만 최근 우리나라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건 성장을 하고 나눠 갖는 게 아니라 분배를 먼저 개선하면 성장이 좋아질 것이라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는 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 역시 "OECD는 성장에, 정부는 분배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게 다르다"고 말했다.
반면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OECD나 우리나라 개념상 기본적인 큰 차이는 없다"며 "성장의 과실을 나눠 가져야 위기가 재생산되지 않는다는 게 같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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