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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공무원, 현장에서 배워라

[데스크 칼럼] 공무원, 현장에서 배워라

"중앙부처 공무원과 지방공무원의 교류가 거의 단절돼 있는 것이 탁상공론 정책을 양산하는 주된 원인이죠. 상호 인사교류를 해야 현장이 보이고, 정책의 구체성이 담보되지 않을까요?" 얼마 전 만난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는 현재 공무원이 처한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특히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현장 학습능력은 심각한 상태다. 정책의 추상성이 구체성을 잡아먹는 관념의 경도가 위험수위다. 현장을 모르니 정책이 열거주의와 과거 정책 잡탕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과거 기획재정부는 행정안전부가 담당하는 지방재정 권한까지 넘본 적이 있다. 재정이라는 큰 틀에서 기재부가 담당하는 것이 맞다는 논리인데 얼핏 보면 그럴싸하다. 하지만 이면을 들춰보면 겉과 속이 다르다. 지방 현장을 모르는 기재부가 과연 지방재정의 당면 목적인 재정균형을 달성할 수 있을까. 과연 그럴 의지라도 있는지 의문이다. 지방재정을 국가재정에서 얼마 떼어주는 정도의 인식을 갖고 있는 기재부가 자치분권의 목적과 의미를 알긴 알까. 재정의 권한을 잃고 싶지 않은 기재부는 지방재정 확대가 목에 가시 같은 존재가 아닐까. 조직 확대를 통한 재정의 칼자루만 휘두르겠다는 조직 이기주의의 발로다.

지방은 중앙부처와 달리 종합행정의 표본이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지방에 근무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이 종합행정이다. 그만큼 업무범위도 넓고 현장에서 챙겨야 할 사안도 수두룩하다. 좁은 중앙정책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열린 시야로 행정을 펼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한 관료들이 수두룩하니 명분과 추상성에 매몰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 관료문화의 경직성과 계급구조다. 정책 담당자들의 정책 자율성이 거의 없는 것도 경직성을 강화한다. 상명하복식 권위주위 문화로 정책 결정은 윗선에서만 이뤄지고, 중·하위직 공무원들은 보완재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책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이를 합리화하는 방식으로 관료사회가 작동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의 제기나 합리적 의심 등은 설 자리가 없다. 정책의 구태성이 재생산되는 이유도 그래서다. 이런 맥락에서 일자리정책도 근본부터 고민할 시점이다. 숫자로 포장된 일자리 숫자만 세고 있는 건 고용의 양과 질은 외면하는 처사다. 그러니 일자리에 대한 혁신 담론이 나오지 않는 거다. 조직혁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책혁신도 안되는 건 자명한 이치다.

정부혁신이 사회혁신으로 이어지고, 사회의 동력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후진적 관료문화 청산과 혁신성을 어떻게 담보하느냐가 일차적 과제다. 더 많은 일자리를 발굴하려면 지방 현장에서 배워라. 일자리 상황판은 격동의 현실을 외면하는 외눈박이 도구다.
중앙의 시각에서 벗어나면 일자리 창출 기회는 넘쳐난다. 사회적경제기업과 마을기업 등 지역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성장의 싹을 재정이라는 칼자루로 잘라버리는 우를 범할지 걱정스럽다. 카프카가 말했듯이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가 필요한 시점이다.

ktitk@fnnews.com 김태경 정책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