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바 분식회계 결론은 IFRS 취지 어긋난 선례 남긴 셈"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2 17:43

수정 2018.11.22 17:43

회계·경제전문가들 ‘우려’
"국제회계기준 도입은 기업가치 잘 반영되도록 자율성 허용한 게 포인트..그땐 맞고 지금 틀리다면 한국 회계 신뢰도 추락"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이 22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이 22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사태가 치열한 법적 공방을 예고한 가운데 회계·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우리나라 회계제도의 불안정성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업의 회계 자율성 제고가 핵심인 국제회계기준(IFRS)의 취지에 반한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학계와 회계업계 등에 따르면 증권선물위원회의 삼바 고의 분식회계 결정으로 지난 2011년 도입된 IFRS 적용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IFRS는 우리나라 회계의 국제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됐는데 '원칙 중심 회계기준'을 핵심가치로 여긴다.
이는 회계기준 결정 시 기본원칙만 정하고 나머지는 기업이 가치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율성을 허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증선위는 삼바가 2012~2014년 회계기준을 IFRS 연결을 적용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편입한 점과 2015년 관계사로 변경한 게 중대한 회계처리 위반이라고 결론내렸다. 증선위는 2012년부터 삼바가 합작사인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에 대비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분법상 관계사로 변경했어야 한다는 금감원의 재감리 결과를 수용했다.

그러나 A회계법인 관계자는 "금감원의 지적처럼 2012년부터 지분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려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설립 당시부터 매우 높은 기업가치를 가지고 있었어야 하는 게 전제"라며 "바이오시밀러 산업과 시장의 당시 상황상 사업의 성공 가능성 자체가 상당히 불확실했는데 사후적인 관점에서 지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회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분법으로 적용했다면 2015년 회계처리 변경으로 발생했던 삼바의 일회성 이익이 올해 콜옵션 행사 시점에서 반영됐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반대로 2015년에 지분법상 관계사로 회계처리 변경을 하지 않았더라도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회계사 B씨는 "만약 지분법으로 바꾸지 않았을 경우 상장 시 삼바의 보유지분 전체(91.2%)에 대해 가치를 평가하게 돼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평가돼 투자자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IFRS 도입 8년이 지나도록 금융당국의 회계기준 집행 지침이나 해석 지침 등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부족한 점도 사태의 원인으로 대두됐다.

조성표 한국회계학회장(경북대 교수)은 "회계처리의 1차적인 책임은 기업에 있지만 이번 삼바 사태는 기업과 회계법인에만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IFRS는 '원칙 중심 회계' 구현이 핵심인데 도입 8년이 된 우리나라의 회계제도와 인프라가 미비하다는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삼바 사례처럼 연결범위 결정 시 '지배력'의 판단기준을 비롯해 비상장주식 가치평가, 연구개발비 자본화 등 회계감사와 감리과정에서 견해차가 생기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이번 사태로 IFRS를 통한 대외 신인도 제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정권교체 이후 금감원의 판단 번복과 관련해 비시장적 요인이 개입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의 최대 가치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문재인정부 들어 '그때는 맞았던 게 지금은 틀리게 된' 사례가 빈번하는 건 적폐몰이 이벤트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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