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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이 만든 3각연합, ‘곤’ 때문에 흔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0 17:46

수정 2018.11.20 17:46

르노-닛산-미쓰비시 상호 지분 소유해 협력
최근 3사 합병 움직임에 일본내 우려 목소리 커져
체포 후 개인비리 보도까지 닛산 부활하자 축출 모양새
자료:SIX·월스트리트저널(WSJ)
자료:SIX·월스트리트저널(WSJ)

카를로스 곤 회장의 갑작스런 체포가 르노와 닛산, 미쓰비시의 3각연합을 깨지는 않겠지만, 곤 회장 당시의 유기적인 협력은 이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곤이 유가증권 보고서에 자신의 소득을 축소 신고한 것의 경우 대개 회사가 책임을 지는 혐의들인데, 그의 체포 사유로 등장하면서 일본 정치권의 음모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19년전 파산직전에 있던 닛산을 살려낸 곤의 축출은 닛산 부활의 마침표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 3각연합 느슨해질 것

'비용킬러(Le Cost Killer)'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곤은 무자비한 비용절감으로 프랑스 국민차 르노의 체질을 개선한데 이어 1999년에는 파산직전에 몰린 일본 자동차 업체 닛산을 맡아 회생시켰다. 2016년에는 미쓰비시까지 끌어안으면서 르노-닛산-미쓰비시 3각 연합을 구축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 CNN비즈니스 등 외신은 19일(현지시간) 곤이 일본 검찰에 체포됨에 따라 3사가 이전 같은 유기적은 협력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3사는 폭스바겐,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1위를 달리는 자동차 업체들에 이어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동안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보여줬다.

지난해 기준으로 122개 공장에 47만여 종업원, 자동차 판매 대수는 1060만대를 기록했다. 곤이 만들어낸 3각연합은 상호 지분소유를 통해 단일 기업처럼 움직여왔다. 르노는 닛산지분 43.5%를 갖고 있고, 닛산도 르노 지분을 15% 소유하고 있다. 2016년 미쓰비시가 합류할 때에는 닛산이 미쓰비시 지분 34%를 사들였다.

이같은 상호지분으로 인해 한 업체의 주요 의사결정과 투자는 나머지 2개사의 동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3사 공동회장일 뿐만 아니라 각사 회장이고, 르노 최고경영자(CEO)인 곤의 빈자리는 유기적 협력의 단절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3각연합 해체로는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전기차, 무인자동차 등 대규모 투자와 기술협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어서 없던 연합도 만들 판이기 때문이다. 콕스 오토모티브의 레베카 린드랜드 선임 애널리스트는 3각연합이 "쪼개지지는 않겠지만 간극이 생길 것만은 틀림없다"고 예상했다.

■ 곤, 정치의 희생양?

WSJ는 곤의 체포가 정치적 이해에 따른 음모에 기반한 것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의 혐의 대부분이 대개 회사 회계부서와 회계감사에 책임을 묻는 사항들이지 개인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것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WSJ는 닛산의 설명처럼 내부고발자의 제보로 이런 이상한 사건이 들춰졌다는 것이 사실일 수는 있겠지만 "정치적 역학이 개입되지 않았다고 믿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닛산은 1999년 르노에 지분을 매각할 때만 해도 경영상황이 최악을 달렸지만 이후 회생에 성공하면서 규모도 커지고 수익성도 높아지면서 탄탄한 회사로 거듭났다.

여기에 곤이 2년 전 미쓰비시를 3각연합에 끼워들이면서 협력을 계속해서 강화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협력 강화는 다른 한편으로 3사의 합병을 위한 발판 다지기가 아니냐는 무성한 소문을 만들어냈고, 일본 정치권도 이를 예의주시해 왔다.

특히 일본에서는 프랑스 정부가 지분 15%를 갖고 있는 르노가 중심이 된 합병은 알짜배기 자동차 회사 2개를 프랑스에 그냥 넘기는 것과도 같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곤을 제거함으로써 적어도 3사 합병에는 제동을 걸게 됐고 이같은 우려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이는 닛산 부활의 마침표이기도 하다. WSJ는 "한때 구세주로 간주됐던 인물인 곤을 제거하는 것은 닛산 부활의 최종 단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WSJ는 이어 자동차 산업에서는 3각연합의 예에서 보이는 것처럼 연합을 통한 비용절감이라는 재무적 이해관계보다도 정치적 이해관계가 앞서는 경우가 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일본 언론은 곤 회장의 개인비리까지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 관계자를 인용, 곤 회장이 벤처 투자 명목으로 해외 자회사를 만들어 가정용 고급 주택을 구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지검 특수부도 이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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