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재무학회칼럼]

일자리 중심 경제와 혁신성장의 역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0 17:11 수정 : 2018.11.20 17:11


최근 문재인정부 제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경제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설명이 추가되기는 했으나,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성과에 대한 비판이 여론을 주도하면서 경제팀이 교체됐다는 측면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J노믹스는 일자리 중심 경제,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 4가지 과제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네바퀴 성장론을 강조하지만 지난 2년을 돌이켜 보면 앞의 두 바퀴에 더 큰 방점이 찍혀 있었음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경향도 발견되지만, 소득 재분배를 통해 경기침체를 벗어날 수 있다는 이론은 일찍이 케인스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저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소득증가분에 대한 소비증가분)이 고소득층보다 높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소득이 증가할 경우 경제 전체의 소비를 진작시켜 경기가 회복된다는 주장이다. 다만 단순한 경기회복을 넘어 성장으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공급 측면의 생산성 향상이 일어나야 하는데, 이는 이론적으로 임금 증가에 따라 노동이 자본으로 대체되면서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일부 식당에서 종업원을 줄이고, 주문 받는 것을 자판기로 대신하는 경우가 이의 구체적 사례이다.

소득주도 성장이 제대로 실현된다면 임금 상승(노동소득 증가)→생산성 증가→임금 상승(노동소득 증가)의 이상적인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경제환경에서는 생산성 증가는 오히려 노동에 대한 수요를 줄여 노동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노동생산성 증가가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전체 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급격하게 줄어든 반면 자본소득 비중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즉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는 혁신성장과 노동소득 증대를 강조하는 일자리 중심 경제 및 소득주도 성장은 논리적으로 양립하기 쉽지 않은 과제이다.

앞으로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초기에 시장을 선점한 1~2개 업체가 부가가치를 독과점하는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들이 창출한 대규모 잉여는 이 기업들의 주주, 경영진, 근로자에게 배분될 것이고 일반 근로자는 점점 더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불길하지만 기존 노동소득만으로는 적정 소득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가 머지않아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급격한 생산성 향상에 따른 잉여의 편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정부가 비교적 쉽게 취하는 방법은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국민에게 재분배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재분배 대상 계층을 저소득층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여야를 막론하고 추진되고 있다. 지출 측면에서 본다면 엉뚱한 사업에 예산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국민에게 직접 이전하는 것이 백배 낫다. 다만 조세를 통한 재원 확보는 혁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산업혁명 이래 모든 기술발전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고상한 이상보다는 이윤창출을 위한 상업적 목적에 의해 달성된 측면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이상적으로는 모든 국민이 혁신 선도기업들의 직간접 주주가 되는 형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예컨대 퇴직 이후에만 연금을 수령하는 현행 연금제도를 보완·발전시켜 경제활동 중에도 부족한 노동소득을 배당소득 등 자본소득으로 보전하는 방안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정부가 예산을 동원해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구글, 아마존이 전 세계 모든 노동자를 다 고용할 수도 없지 않은가.

김우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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