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포퓰리즘’ 비난에도 금융당국 고집만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19 17:29

수정 2018.11.19 21:51

[기자수첩] ‘포퓰리즘’ 비난에도 금융당국 고집만

"우리나라가 베네수엘라만큼은 아니더라도 산업의 성장 속도는 예전만하지 못할 겁니다."

최근 만난 한 금융사 관계자는 포퓰리즘 정책이 한 국가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베네수엘라의 사례를 나누던 중 이같이 말했다. 이어 당국의 잇따른 카드수수료율 인하 압박에 카드사의 업황이 악화된 것을 두고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페이에 드는 비용도 은행이 부담하도록 하는데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에 이 같은 정책을 주입하면 포퓰리즘이지 않냐"고 반문했다.

카드업계 종사자들의 한숨은 날로 늘어가고 있다.

정부는 사실상 신용카드 이용이 활성화되면서 세수 확대 등 가장 많은 혜택을 받아왔다. 그러나 특히 최근 '서민'이라는 프레임을 두고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겨냥해 압박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수년간 가맹점수수료 인하에도 영세업자의 경제적 어려움이 나아지지 않았는데도 카드사만 옥죄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적격비용 산정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지속 인하토록 인위적으로 추진되는 가격통제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카드업계는 정부 정책에 따라 지난 2007년부터 가맹점 수수료율을 모두 11차례에 걸쳐 내렸다. 카드 사용규모는 매년 증가해 시스템 구축을 위한 비용은 늘어나지만 업계의 당기순이익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업계는 디지털인력 구축에 따른 구조개편 등으로 인력감축에 대한 불안감마저 호소하고 있다. 3년마다 실시하는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산정에 이어 당국이 추가로 1조원에 이르는 비용을 절감토록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반대로 일자리를 빼앗기는 상황이 우려되자 카드사 노조는 지난달 "카드노동자 생존권 위협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중단하라"며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금융당국의 역할은 규제로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을 위해 규제를 검토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게 장려하고 감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업계를 조여 기업이 낸 이익을 뱉어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을 도와 선순환하도록 도와야 한다.
느린 것 같아도 세상은 변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신용카드사의 역할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바뀌더라도 스스로 천천히 바뀌도록 해야 탈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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