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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2%대 성장률도 나쁘지 않다?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19 17:25

수정 2018.11.19 17:25

[fn논단] 2%대 성장률도 나쁘지 않다?

'한강의 기적'은 빠른 경제발전을 위해 강요된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그러기에 이제는 빨리 가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들이 훨씬 많아졌다. 느리게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바로 느림의 미학이다. 그동안 빨리 갔기 때문에 돌아보지 못했던 사회문제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앞으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멈추어 서서 그것을 치유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일까. 2%대의 경제성장률이 매우 친근해졌다. 불과 10년 전 5% 내외 성장률의 절반 정도로 빠르게 하락했는데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2%대 성장률이면 괜찮은 성적이라고 한다. 경제가 성장하기만 하면, 즉 마이너스 성장률만 아니면 괜찮은 것이라고 한다. 불과 2~3년 전 3%대에서 지금 2%대 중·후반의 수준의 차이가 큰 의미가 없음을 주장한다.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조금 더 빠르게 성장하나 조금 느리게 성장하나 별 차이가 없는 것도 같다. 그러나 숫자 변화폭의 절대적 크기가 작아 보이는 것뿐이지 실제 경제성장률의 작은 변화는 무섭다. 경제성장 속도에 맞춰 기업의 생산과 가계의 소비활동이 적응돼 있기 때문이다. 풀어서 설명하면 경제성장률 3%대에 맞춰 기업이 설비 및 고용 계획을 세워놓고, 3%대에 맞춰 가계는 소비와 저축의 규모를 결정한다. 그런 상황에서 경제성장률이 조금만 하락한다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설비와 고용 그리고 가계의 소비가 위축된다. 올해 갑자기 떨어지는 성장률로 최근 고용시장과 내수시장이 얼어붙는 이유인 것이다.

최근 고용시장 상황이 최악이라고 한다. 불과 1년 전에 비해 만들어져야 할 일자리가 약 25만개 사라졌고, 실업자 100만명 시대로 들어섰다. 또한 올해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1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노력하고 있는데 이렇게 고용시장이 얼어붙어 있는 것은 경제성장 부진으로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취업유발효과를 이용해 추정해 보면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하락하면 일자리 2만1000개가 없어진다. 즉 경제성장률은 대충 플러스만 나오면 좋은 것이 아니다. 정말 무서운 경제변수다.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3%로 전망했다. 국내외 연구기관을 통틀어 이렇게 낮은 성장률을 전망한 기관은 없었다. 만약 무디스의 생각대로 된다면 내년 한국 경제는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래도 내년 경제성장률 2.3%에 맞춰서 그럭저럭 살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할 말은 없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기준으로 저속성장에 우리는 익숙해지면 된다는 생각이면 더 할 말은 없다. 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는가. 그런데 외환위기로 우리에게 친숙해졌던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가 한국을 왜 이렇게 어둡게 보는지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친숙해지고 싶지 않은 이름이고, 친숙해지고 싶지 않은 불안감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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