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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싱바커(星巴克·스타벅스)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18 17:20

수정 2018.11.18 17:20

우리나라에서 흔히 '별 다방'으로 통하는 스타벅스.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글로벌 커피체인이다. 하지만 이 브랜드는 별(스타)과는 직접적 관계가 없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백경)에 심취한 창업주가 이 소설 속 일등항해사인 '스타벅'이라는 이름에 복수형 'S'를 붙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국에서는 '싱바커(星巴克)'라고 불린다. 표의문자인 한자에서 별 성(星)자와 벅스와 비슷한 음인 바커(巴克)를 찾아내 조합한 형국이다.

올 들어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했다.
얼마 전 미국이 중국 공산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자 중국도 맞불을 놓았다. 콩을 비롯한 미국산 농수산물이나 버번위스키 등 가공품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그럼에도 싱바커는 1999년 진출 이래 여전히 중국 시장에서 건재하다는 소식이다. 지난해까지 '폭풍 성장'하던 기세는 다소 주춤해졌지만, 대륙 곳곳에서 소리 없이 매장을 늘리면서다. 미국 CNN 방송은 최근 "지난 9월까지 석 달간 미국과 중국 스타벅스의 매장 수익이 4%, 1%씩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스타벅스는 최근 유럽 시장에선 고전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숍보다 전통적 동네 커피점이 인기가 많은 서유럽 문화의 특성 때문이다. 이는 스타벅스 측이 미국과 함께 중국을 양대 거점시장으로 상정하는 이유다. 오는 2022년까지 중국 내 매장 수(현재 3400여개)를 약 2배인 6000개로 늘리려는 데서 그 배경이 읽힌다. 물론 싱바커가 올 들어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루이싱(루킨)과 롄카페 등 중국 토종 브랜드들의 가성비를 기반으로 한 맹추격으로 독주에 제동이 걸리면서다.

이에 스타벅스는 올 상반기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제휴, 세계 최초로 커피배달 서비스를 개시했다. 그러자 루이싱은 중국 대표 메신저 '위챗' 운영사인 텐센트와 손잡고 응전에 나섰다.
두 브랜드가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이 더 이상 '만만디' 소비패턴에 머물지 않고 있다는 것을 파악해 플랫폼 기업들을 끌어들인 결과다. 글로벌 프랜차이즈라 하더라도 현지화와 함께 정보기술(IT)까지 접목하는 몸부림 없이 생존이 힘든 중국 시장의 현실을 일깨우는 사례다.
이는 최근 중국에서 고전 기미를 보이고 있는 국내 화장품 및 유통 브랜드들에는 타산지석일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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