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르포] 9호선은 지옥철..휠체어 탄 장애인은 서럽다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14 10:40

수정 2018.11.14 10:40

-9호선 혼잡도 최고, 휠체어 양보 없어 
-출퇴근 시간 지하철 탑승 꿈도 못 꿔 
-장애인 이동권 침해
지난 12일 오후 6시 서울 동작구 9호선 동작역 승강장에서 지체장애인 이형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지하철에 탑승하지 못하고 있다. 휠체어 전용공간이었지만 승객들은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다./사진=최용준 기자
지난 12일 오후 6시 서울 동작구 9호선 동작역 승강장에서 지체장애인 이형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지하철에 탑승하지 못하고 있다. 휠체어 전용공간이었지만 승객들은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다./사진=최용준 기자

수없는 잠깐과 끝없는 잠시였다. 지난 12일 오후 6시 서울 지하철 9호선 동작역 승강장은 퇴근길 인파로 가득했다.
지체장애인 이형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52·여)은 “잠시 만요. 잠깐 만요. 지나갑니다”라고 수차례 외쳤다. 잠깐이라는 말 한마디에 휠체어는 한 보폭 정도만 지나갈 수 있었다.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은 휴대전화만 봤다.

■휠체어 전용공간에 타지 못 하는 장애인
지하철 열차 문이 열렸지만 승객들은 입구까지 가득 찼다. 이 소장이 탈 차례였지만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탑승 역시 엄두조차 내지 못할 상황이었다. 휠체어 전용공간에 부착된 손잡이에는 남성 2명이 걸터앉아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이 소장은 “기본적으로 열차 1, 2대는 그냥 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장애인 휠체어 전용공간이지만 탈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 소장은 전동차 2대를 지나 보낸 뒤에 탑승했다. 입구까지 꽉 찬 승객들은 이 소장에게 휠체어 전용 공간을 비워주지 않았다.

이 소장 휠체어 등받이 부분은 망가졌다. 그는 “우르르 승객이 한꺼번에 밀리면서 등받이 부분이 뜯어졌다”며 “승객 중에 휠체어에 발목을 찢거나 간혹 제 몸을 찍어 누르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이어 “지옥철에서는 본인 편의가 우선”이라며 “한번은 어떤 청년이 이렇게 사람이 많은 데 왜 휠체어가 들어오느냐고 핀잔준 적도 있다”고 씁쓸히 웃었다. 이 소장은 사람이 더 많은 급행보단 일반행을 주로 이용한다. 이마저도 출퇴근 시간대는 탑승이 쉽지 않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가장 서러운 건 이동하고 싶을 때 이동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소장은 “분명 제 차례인대 승객이 꽉 막힌 상태에서 휠체어가 못 들어가다 보면 뒤에 줄을 선 사람이 쏙 타고 간다”며 “그럴 때는 왜 나는 휠체어전용공간에도 못타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휠체어가 공간을 많이 차지해 미안한 심정"이라며 "직장 때문에 9호선을 자주 이용한다. 6량이 늘어나며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장애인은 이용을 기피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오후 6시 휠체어 전용구역 표시가 설치된 9호선 동작역 승강장에서 이형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줄을 서고 있다. 푸른색 장애인 마크가 부착된 휠체어 전용공간이지만 맨 마지막에 줄을 기다렸다. 결국 전동차 2대를 보내고서야 탑승할 수 있었다./사진=최용준 기자
지난 12일 오후 6시 휠체어 전용구역 표시가 설치된 9호선 동작역 승강장에서 이형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줄을 서고 있다. 푸른색 장애인 마크가 부착된 휠체어 전용공간이지만 맨 마지막에 줄을 기다렸다. 결국 전동차 2대를 보내고서야 탑승할 수 있었다./사진=최용준 기자

■9호선 혼잡도 높아, 휠체어 탄 장애인 기피
9호선 ‘지옥철’ 앞에서 휠체어가 들어갈 자리는 없다. 꽉 막힌 지하철도 문제지만 휠체어 전용공간을 차지하는 비장애인 승객 인식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17년 서울지하철 1~9호선 중 9호선이 평균 혼잡도 175%(일반 포함)로 가장 붐볐다. 혼잡도는 전동차 한 량 정원인 160명 대비 탑승 승객 인원으로 산출된다. 지하철 9호선 급행 염창→당산 구간이 201%로 가장 혼잡도가 높았다. 반면 9호선 휠체어 전용공간은 4량, 6량 모두 지하철 양쪽 끝부분에 2개씩이다. 1~8호선은 10량, 8량, 6량 등 9호선 보다 열차가 커 휠체어석도 대부분 4개씩이다.

서울시는 오는 12월부터 급행 전량은 4량에서 6량으로 늘릴 방침이다. 내년 말 일반 열차도 모두 6량으로 운행할 예정이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장애인 배려 캠페인을 약속했다.

9호선 관계자는 “휠체어 전용공간 배려문화를 위한 영상물을 제작하고 있다.
내년 초 역사에 있는 전광판, 전동차 내 화면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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