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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해진 트럼프-마크롱, '브로맨스'는 옛말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11 15:04

수정 2018.11.11 17:17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10일(현지시간) 수도 파리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기자회견 중에 트럼프 대통령의 다리를 쓸어내리고 있다.EPA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10일(현지시간) 수도 파리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기자회견 중에 트럼프 대통령의 다리를 쓸어내리고 있다.EPA연합뉴스
지난해부터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던 미국과 프랑스 정상의 '브로맨스(남자들의 연애같은 우정)'가 완전히 끝났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1년 새 미국과 사이가 틀어졌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제 다른 유럽 정상들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거리를 둬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제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 참석차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나는 우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드는 방위비를 더 많이 부담해야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독자적인 유럽방위군을 창설하자는 나의 제안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과 연장선상에 있다"고 강조했다.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강한 유럽을 원한다"라며 현재 "미국이 NATO 부담금을 많이 부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시에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아주 좋은 친구가 됐으며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이 친분을 나타내기 위해 그의 다리를 쓸어내렸을 때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두 정상은 지난해 5월 벨기에서 처음 만나 악수로 기싸움을 벌였으나 두달 뒤 트럼프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동안 끊임없이 악수를 나누며 훨씬 가까워진 모습을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4월 미국 방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볼에 키스하는 프랑스식 인사를 전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의 옷깃을 직접 털어주는 등 정상간의 예의를 넘어서는 친밀한 모습을 과시해 브로맨스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유럽연합(EU) 철강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유럽 동맹들과 함께 참여했던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 프랑스 기업들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마크롱 대통령과 사이가 멀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앞서 지난 6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 심지어 미국에 대해서도 우리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며 유럽 방위군 창설을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지난달 러시아와 중거리 탄도 미사일 협약 탈퇴를 선언한 것이 결국 유럽에 피해를 준다고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트위터를 통해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 "매우 모욕적"이라고 화를 냈다.

이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프랑스 엔주 벨로 숲에서 열리는 미군 전몰장병 추모식 일정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벨로 숲은 1차 대전당시 격전지로 미 대통령들 대부분이 다녀갔던 곳이다. 이에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겨우 비가 온다는 이유로 연례 행사를 취소했다며 그가 중간선거 이후 불편한 감정과 프랑스 정부에 대한 반감 등으로 인해 심통을 부렸다고 분석했다.
런던 싱크탱크인 유럽외교관계위원회의 마크 레오나드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과 이란핵협상으로 동맹들을 눈에 띄게 무시해 마크롱 대통령에게 창피를 줬다"며 "마크롱 대통령이 개인적인 친분으로 이를 수습해 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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