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美·OPEC '유가 줄다리기' 러 '세력 확장'… 혼돈의 석유시장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8 17:49

수정 2018.11.08 17:49

저유가 계속 고집하는 美.. 생산 늘리며 하락세 일조
OPEC, 내년도 감산 검토.. 유가 방어 시나리오 고심
이란 석유 매입하는 러는 남는 국내 석유로 수출 이익
美·OPEC '유가 줄다리기' 러 '세력 확장'… 혼돈의 석유시장

국제 석유 시장에서 이달 미국의 이란제재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되레 떨어지면서 주요 산유국들의 내년도 석유 정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저유가를 고집하는 미국은 석유 생산을 늘릴 예정이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감산을 검토하고 있고 러시아는 혼란을 틈타 시장 점유율을 올릴 계획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물은 미국이 이란의 석유 수출을 틀어막은 지 이틀 뒤인 7일(현지시간) 전날보다 0.9% 내려간 배럴당 61.67달러로 장을 마감,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내가 유가 내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비롯한 8개국에 이란 석유 구입을 일시적으로 허용한 이유에 대해 유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국들이 진심으로 도움을 청하기도 했지만 사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나 150달러로 오르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냐하면 내가 유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최근 몇 달간 유가가 매우 상당한 수준으로 내려갔다.
그건 나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왜냐하면 OPEC이 (석유를) 독점하고 있는데 나는 독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달 중간선거에 앞서 지속적으로 경기 호황을 자랑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OPEC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증산을 통해 유가를 낮추라고 압박했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이란 제재로 석유시장 공급이 줄어들 경우 이를 OPEC에서 증산을 통해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가는 OPEC의 증산과 별개로 미국의 석유 생산이 늘면서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석유 생산은 지난주 일평균 1160만배럴을 기록해 러시아(일평균 1140만배럴)와 사우디아라비아(일평균 1070만배럴)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평균 석유 생산이 내년도에 일평균 1210만배럴이라고 예측했다.

■OPEC, 유가방어 고심

미국의 계속되는 압박에 조금씩 증산에 나섰던 OPEC은 내려가는 유가를 잡기 위해 내년도 감산을 검토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 관계자를 인용해 OPEC과 러시아를 포함한 비 OPEC 감산국들이 오는 11일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 장관급 회의를 열고 12월 총회에 앞서 내년도 감산 시나리오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 및 기타 11개 산유국들은 지난 2016년 말에 유가를 올리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기로 결정했으며 이후 2차례 연장을 통해 올해 말까지 감산을 유지할 계획이다. 이들 감산국들은 베네수엘라의 정치 혼란과 이란 제재 복원 우려로 지난 6월에 석유 생산량을 일평균 100만배럴 늘리기로 결정해 감산조치를 다소 완화했다. 감산국들은 3개월 뒤에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추가 증산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물론 이번 합의에서 감산 결정이 이뤄진다는 보장은 없다. OPEC의 종주국인 사우디는 지난달 미국의 압박과 이란 제재 시행을 감안해 석유 생산량을 일평균 130만배럴 가량 더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석유 생산량에서 사우디를 제쳤던 러시아는 경제난에 시달리는 OPEC 회원국들과 달리 유가가 내려가도 크게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65달러까지 내려가도 괜찮다고 밝혔으며 러시아는 지난 9월 소련 붕괴 이후 가장 많은 석유를 생산했다.

■러, 석유시장 패권 노려

미국과 OPEC의 갈등을 지켜보고 있는 러시아는 이 틈을 타 석유시장 내 이란의 지분을 흡수해 세력 확장을 노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보도에서 이탈리아 정유사 애니와 사라스를 포함한 유럽 정유사들이 이란 석유대신 러시아 석유를 사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주력 수출 석유는 이란 석유와 같은 '우랄' 유종으로 현재 이란 석유의 대체재로 각광받고 있다. WSJ에 의하면 프랑스 정유사 토탈은 이미 지난 7월부터 이란 석유 구입을 중단했으며 다음달 21만7000배럴의 러시아 석유를 매입했다. 터키 역시 7월 이후 이란 제재에 대비해 러시아 석유 수입을 3개월 만에 재개했다. 중국은 지난 9월 기준으로 이란 석유 수입을 전년대비 34% 줄였고 같은 기간 러시아 석유 수입을 7% 늘렸다.

이러한 대체 현상은 이란에게도 손해는 아니다. WSJ는 서방에 비해 미 금융체계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러시아가 트럼프 정부의 이란 제재를 부정하면서 이란 석유를 매입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란이 제재로 수출이 막힌 석유를 러시아에 공급하면 러시아가 이란에게 필요한 물자를 물물교환 방식으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이란에서 가져온 석유를 국내 수요에 충당하고 이 과정에서 남는 러시아 석유를 보다 높은 값을 부를 수 있는 수출로 돌리고 있다.
그 결과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로스네프트는 6일 실적 발표에서 올해 1~9월 순이익이 4510억루블(약 7조6128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고 공시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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