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美 중간선거 이후] 연내 종전선언·김정은 답방 '안갯속'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8 17:43

수정 2018.11.08 17:43

북미 고위급회담 연기 파장
비핵화·상응조치 논의 지연
통일부 "남북 교류 지속"
강경화 "北이 연기 통보"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통일부 소관 내년도 예산안을 논의하는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통일부 소관 내년도 예산안을 논의하는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 고위급회담 개최를 하루 앞두고 북한이 연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비핵화, 상응조치 논의에 '경고등'이 켜졌다. 재선모드에 돌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재확인하면서 "제재가 유지되고 있어 서두를 것 없다"는 입장이다.

북·미가 고위급회담을 미뤄가며 팽팽한 장외신경전을 펼치면서 남북관계 개선도 차질을 빚고 있다. 통일부는 북·미 고위급회담 연기와 무관하게 남북교류는 지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북제재 지속 등으로 북한의 불만은 높다.
북·미 협상에 진전이 있어야 우리도 마음놓고 교류에 나설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선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서다.

10월 15일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합의한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 북한 예술단의 '가을이 왔다' 서울공연은 지연되고 있다. 11월 말∼12월 초에 하기로 한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추진하는 연내 종전선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北이 연기하자 통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북·미 고위급회담이 갑자기 연기된 것은 북한이 먼저 연기하자는 통보를 미국에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이 연기된 배경을 묻는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에 질의에 "북측으로부터 연기하자는 통보를 받았다고 미국이 우리에게 설명해줬다"고 답변했다.

북·미는 1차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실질적 진전을 아직 이루지 못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실무회담이 불발됐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3·4차 방북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미국은 한·미 연합훈련 유예,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폐기의 검증을 받겠다는 선에 머물러 있다.

미국은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고, 북한은 정상회담을 통한 '톱다운' 방식의 타결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합의했더니 북한이 계속 다른 소리를 하니, 이번에는 구체적 합의가 있어야 정상회담으로 갈 것 같다"며 "북한은 실무협상에서 북핵 검증을 위한 구체적인 것을 따지는 것보다 최고위급 합의를 선호해 양측의 시각차가 있다"고 말했다.

■북·미협상 지연… 남북관계도 영향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에서 수적 우위를 굳힌 만큼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던 선거 이전에 비해 비핵화 조치도 '원칙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책결정 과정에서 민주당의 뜻을 전보다 더 많이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정진 경남대 교수는 "하원을 민주당이 장악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과정에서 운신할 수 있는 폭은 제한될 것이고, 협상카드 역시 트럼프 스타일의 파격을 보이긴 어려울 것"이라며 "제재 입장이 분명한 미국과 논의를 지속하려면 결국 김 위원장의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남북교류도 지연돼 연내 종전선언과 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의 답방은 역사·정치적 의미가 있지만 북·미 관계 진전이 없는데 답방해서 실질적으로 얻어가는 게 없을 것"이라며 "우리도 종전선언, 제재완화 등 한 가지도 결과물로 내놓을 수 있는 게 없는데 좋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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