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공유경제가 만든 이상한 세상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8 17:17

수정 2018.11.08 17:17

[기자수첩] 공유경제가 만든 이상한 세상

요즘 서울시내 곳곳에서 '경축 안전위원회 진단 통과'란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헛갈린다. 안전진단을 통해 안전이 보장돼서 축하하는 건지, 아니면 안전진단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진단을 받아서 축하하는 건지 말이다. 실상은 안전하지 않다는 안전 불합격 통보를 받아서 재건축이 가능하기 때문에 축하를 하는 것이다. 희한한 세상이다.

어찌 본인의 아파트가 안전하지 않다는데 기뻐하는 것인가. 그런데도 재건축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안전하지 않은 게 축하받을 일이 됐다.
주민과 당국 간 시각의 차이다.

요즘 택시업계와 카풀앱 이슈도 그렇다. 낯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는 안전진단 통과만큼이나 카풀앱의 등장을 환영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카풀앱이 반가운 일이다. 러시아워대에 요긴한 대안 교통수단일 수 있다. 정작 필요할 때 타기 힘든 택시만 바라볼 수 없다. 일부 택시의 승차거부에 불친절, 난폭운전 등은 거론할 필요도 없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서비스이고, 공유경제시대 공유서비스는 대세다.

물론 택시업계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카풀서비스로 인해 수입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택시업계의 입장을 이해한다. 그러나 택시가 소비자의 마음을 충족시켰다면 그런 일이 있었을까. 그간 택시 요금은 계속 오르지만 서비스는 나아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있다. 야간 귀가시간대 택시난은 여전하다. 목적지가 비선호지역이면 택시에게 웃돈을 주고 타는 사례도 있다. 카풀이 환영받는 이유다.

택시업계가 지난 18일 6만명이 모인 광화문 카풀 반대 집회를 개최한 후인 22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cbs 의뢰로 지난 19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카카오 카풀이 '시민 편익 증진에 도움이 되므로 찬성한다'는 응답은 56%로 집계됐다.
'택시기사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반대한다'는 응답은 찬성의 절반 수준인 28.7%였다.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
'마차업'을 보호하려다가 '자동차업'에서 뒤처지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정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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