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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레저]태평하고도 안락하여라..바다와 숲 모두를 품은 ‘충남 태안 해변길’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8 17:06

수정 2018.11.08 17:06

해변길 7코스..바람길 따라 16㎞
운여해변 해송 방파제 인생사진 찍기 제격
해변길 5코스.. 안면도 백사장항 출발
바다 끼고 느릿느릿 두여전망대 오르고 꽃지해변 낙조로 마무리
내파수도 산책길
태안 가볼만큼 가봤다? 뱃길로 20분만 투자.. 조약돌 둘러싼 작은섬.. 억새밭 따라 환상 풍경
충남 태안 해변길 7코스 운여해변엔 소나무가 일렬로 줄지어 서있는 방파제가 있다. 낙조와 밀물 시간대가 겹치는 날을 골라 이곳을 찾으면 멋진 풍경사진을 건질 수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충남 태안 해변길 7코스 운여해변엔 소나무가 일렬로 줄지어 서있는 방파제가 있다. 낙조와 밀물 시간대가 겹치는 날을 골라 이곳을 찾으면 멋진 풍경사진을 건질 수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 태안(충남)=조용철 기자】 굽이굽이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아름다운 경관과 독특한 해안 생태계를 자랑하는 충남 태안해안국립공원의 해변길은 바다와 숲을 지나며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관광명소다. 바다와 안면송을 옆에 두고 걸을 수 있는 태안의 도보여행길은 걸어본 여행객에겐 잊지 못할 추억을, 아직 걸어보지 않은 여행객에겐 두근거리는 설렘을 준다.


■해변 따라 노을길·바람길·솔모랫길 걷기

해변길 5코스인 노을길은 안면도 백사장항에서 꽃지해변으로 이어지는 길로, 길의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석양'이 아름답다. 바다를 한쪽에 끼고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참 좋은 길이다. 특히 길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꽃지해변의 석양은 태안에서 꼭 봐야 할 장관이다. 백사장항을 출발해 기지포 해변과 두여전망대를 거쳐 꽃지해변 총 12㎞ 구간으로 평지이기 때문에 거리에 비해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약 3시간40분 정도 걸린다.

아름다운 길을 걷기 전에 백사장항에서 대하와 꽃게, 전어 등 태안 바다의 별미를 먼저 만나보자. 안면읍 창기리에 있는 어항으로 넓게 펼쳐져 있는 포구 주변엔 횟집들이 바다를 둘러싸듯이 자리잡고 있으며 포구 옆으로는 백사장해수욕장이 있다. 매년 9월 말~11월 초에 대하축제가 열린다. 전체 구간이 모두 훌륭하지만 다 걷기가 부담스럽다면 기지포 해변에서 두여전망대까지 짧은 구간을 걷는 것을 추천한다. 이 구간은 왕복 1시간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이 길의 하이라이트는 두여해변에서 밧개해변 쪽으로 넘어가는 언덕에 있는 두여전망대다. 썰물 무렵 두여전망대에 오르면 너른 해변에 드러나는 물결 모양의 바위 습곡과 만난다. 낙조 시간이 겹치면 붉게 물든 너른 백사장과 습곡을 한 번에 볼 수도 있다. 습곡은 지하 깊은 곳의 압력으로 변성 및 변형 작용으로 습곡 및 단층이 이뤄진 뒤 지각이 풍화·침식되면서 서서히 융기돼 형성됐다. 해안 전체를 가득 채운 검은 바위의 습곡은 마치 꿈틀거리는 용의 등지느러미처럼 보인다. '여'는 밀물 때에는 바닷물 속에 잠기고 썰물 때는 드러나는 바위를 말한다. '두여'는 그런 바위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해변길 5코스
해변길 5코스


꽃지해변은 안면도에서 가장 큰 해수욕장으로 넓은 백사장과 완만한 수심, 맑고 깨끗한 바닷물, 알맞은 수온과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이뤄져 있다. 오래 전부터 주변에 해당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어 꽃지라는 지명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꽃지해변은 할미바위, 할아비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신라 흥덕왕 때인 서기 838년 해상왕 장보고는 안면도에도 기지를 두었는데 기지사령관이었던 승언과 아내 미도는 부부 금슬이 유난히 좋았다. 출정을 나간 승언이 돌아오지 않자 남편을 기다리던 미도는 죽어서 할미바위가 됐고 옆에 있는 바위는 자연스레 할아비바위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방포와 꽃지를 연결하는 꽃다리를 따라 아름다운 해넘이 경관을 관찰할 수 있다.

해변길 7코스인 바람길은 황포항에서 바람아래해변, 고남패총박물관을 거쳐 영목항까지 걷는 길로 총 16㎞, 약 5시간 정도 걸린다. 황포항을 시작으로 운여해변, 장삼해변, 장동해변, 바람아래해변 등 안면도의 최남쪽 해변을 지난다. 각각의 해변으로 가는 길에 작은 언덕이 있지만 대체로 길이 평탄해서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길을 걸을 수 있다. 운여해변은 앞바다가 넓게 트이고 지극히 고운 규사로 구성된 백사장이 펼쳐져 경관이 매우 빼어나다.

[Weekend 레저]태평하고도 안락하여라..바다와 숲 모두를 품은 ‘충남 태안 해변길’


운여해변은 특히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운여해변 남쪽 끝에는 소나무를 심어놓은 방파제가 있다. 이 방파제가 거센 파도로 한쪽 끝이 끊기면서 밀물 때면 바닷물이 방파제 안쪽에 호수처럼 고여 솔숲의 방파제가 마치 섬처럼 떠오른다. 낙조와 밀물 시간대가 겹치는 날을 골라 찾아가면 멋진 풍경사진을 건질 수 있다.

장삼포라는 지명은 장곡3구에 위치한데서 연유한다. 다른 이름으로는 '대숙밭'으로도 불리는데, 대숙(고둥의 일종)을 먹은 껍질이 밭을 이루고 있다는 데서 지어진 이름이다. 해안선이 길고 간만의 차이가 심한 장곡리는 과거 염전이 성행했던 곳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염전 체험학습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넓은 개펄에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조성된 염전과 소금더미가 빚어내는 풍광이 장관을 이룬다.

[Weekend 레저]태평하고도 안락하여라..바다와 숲 모두를 품은 ‘충남 태안 해변길’

해변길 4코스 솔모랫길로 가다보면 청산수목원과 만난다. 최근 청산수목원에는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는 팜파스그라스가 활짝 피었다. 베이지색의 화려한 팜파스그라스는 서양 억새로도 불리며 키가 크고 꽃이 탐스러운 코르타에리아속의 벼과 식물로 뉴질랜드, 뉴기니, 남미 등에 주로 분포하며, 남미의 초원지대를 뜻하는 팜파스와 풀을 뜻하는 그라스어가 합성돼 붙여진 이름이다. 파란 하늘 아래 큰 키에 풍성하고 부드러운 꽃이 활짝 핀 팜파스가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이 상당히 이국적이다. 동물 농장 앞에는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핑크뮬리가 만개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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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돌 방파제가 아름다운 내파수도

태안군 안면읍 꽃지해변에서 서남쪽으로 9.7㎞ 거리에 면적 0.22㎢, 둘레 2.2㎞ 정도의 작은 섬, 내파수도가 있다. 안면읍 방포항에서 뱃길로 20분 남짓 소요되는 내파수도를 특징짓는 단어는 작고 둥근 돌로 구성된 천연 방파제다. 조류와 파도에 밀리고 씻기며 깨지고 닳아 만들어진 형형색색 때깔 고운 조약돌 방파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희귀한 형상이다. 둥근 돌로 만들어진 천연 방파제는 간조 시 대략 300m 정도 길이에 넓이는 평균 10m 정도, 가장 넓은 곳은 30m에 이른다. 최소 수천 년에 걸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천연방파제는 해안의 절벽이 겨울철 동북단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강한 해류에 의해 떨어지고 다듬어지면서 물결을 따라 이동해 섬 남단에 쌓여 형성됐다.

내파수도 산책길
내파수도 산책길


구석 방파제는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시설이 되기도 한다. 구석방파제에 직각으로 접근해 미끄러지듯 뱃머리를 댈 수 있는데, 작고 둥근 돌들이 밑창에서 굴려지므로 배 바닥에 별다른 충격 없이 부드럽게 접안이 가능하다. 구석방파제 바로 앞에 있는 양식장 관리인 거주지 위로는 '파수도의 파수꾼 안종훈 선생 공적비'란 비석이 있다. 공적비 뒤로 산으로 가는 길이 있다. 산길을 오르면 동백나무숲이 있고 산등성이를 넘어가면 시야가 트이면서 섬의 서쪽 부분과 서해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능선을 따라 내려가는 길 양옆 언덕으로는 억새가 자란다. 하얀 억새꽃 사이로 이어진 길은 바다와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풍경을 만든다.
길의 끝은 절벽이다. 절벽 너머로 작은 바위섬이 보이고 절벽 아래로는 휘어지고 솟아오르고 둥글게 말려진 거대한 암벽이 펼쳐진다.
쉽게 접할 수 없는 기기묘묘한 형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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