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주식고수 릴레이 인터뷰] 임태섭 성균관대 교수 "증시 확실한 모멘텀 없어… 성장 테마보다 가치주 주목"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7 18:50

수정 2018.11.07 18:50

기업 자산·현금 가치 저평가..요즘 싼 주식 엄청 눈에 띈다
경기하강·강달러 상황에선 기업의 성장 프리미엄 감소
무역분쟁 단기간 해결 안돼
임태섭 성균관대 교수(전 골드만삭스 한국대표) 사진=김범석 기자
임태섭 성균관대 교수(전 골드만삭스 한국대표) 사진=김범석 기자

"과거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리먼발 위기 때는 시스템 위기로 촉발된 구조적 약세장이었다. 지금은 과거와 다른 경기순환적 약세장이다."

골드만삭스 리서치 대표와 맥쿼리증권 주식부문 대표 등을 지낸 임태섭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MBA) 교수(사진)는 현 증시 상황을 이 같이 진단했다. 그는 2005년 코스피지수 1000포인트, 2007년 2000포인트 돌파를 정확히 예측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임 교수는 "외환위기 당시엔 경상수지 적자가 오래 지속됐다"며 "적자 폭을 메꾸기 위해 단기자본 수입에 의존한 셈이다. 구조적, 순환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시스템적 위기는 크게 보이지 않는다"며 "다만 미국이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달러 강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고, 구조적 문제가 있는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은 구조조정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흥국 기업들이 달러 부채를 많이 일으킨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이에 따른 직격탄이 향후 관전포인트라는 지적이다. 금리 상승 국면에서 리파이낸싱이 일어나야 하는데 기업들로선 자금조달 비용 측면에서 상당히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더구나 신흥국 경기가 하강하고, 기업 이익이 줄어드는 만큼 어떤 악영향을 입을지 우려를 나타냈다.

임 교수는 "한국증시가 당장 크게 올라갈 모멘텀은 없다"며 "경기 하강과 달러 강세에선 기업들의 성장 프리미엄이 줄어 들 수밖에 없다. 이 시기엔 바이오, IT 등 성장 테마보다 가치에 근거한 개별 주식에 주목할 때"라고 조언했다. 과매도 국면을 자평가 가치주에 대한 매수 기회로 삼을 만하다는 얘기다.

■달러 강세, 신흥국에 직격탄

임 교수는 연내 한 차례를 포함, 내년 말까지 미국이 0.25%포인트씩 총 다섯차례까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의 동반성장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끝났다. 경제성장률 등 주요 지표에 근거해 볼 때 신흥국과 유럽은 올해 1월 고점을 지났고, 미국 경기도 올해 2·4분기가 고점이었을 것"이라며 "향후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금리인상과 함께 긴축을 병행하면서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신흥국 유동성 전반에 상당한 악재다.

한국증시를 놓고 보면 국내 경기를 지탱하는 두 개의 축(반도체 사이클과 중국발 수출)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임 교수는 "반도체 사이클이 하락 국면에 진입했고, 중국 역시 성장률 하락으로 은행 지급준비율을 낮추는 등 위안화 절하로 가고 있다. 이는 원화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국 금리가 올라가고, 달러 유동성이 떨어지고, 위안화가 평가 절하된다면 원화는 약세가 되는데 이는 자본시장 유동성이 감소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집값 안정화를 위해 신용긴축을 많이 하고 있는 데다 임금 인상율이 경제성장률에 비해 과도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악순환의 연속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0년은 성장주, 이제는 가치주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고, 내수도 침체여서 당분간 국내 증시는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임 교수의 진단이다. 한국의 고용율이 경제협력기구(OECD) 가입국 중 가장 낮은 60% 수준인 점도 부담이다. 임 교수는 "고용율이 낮은데 일자리 창출마저 감소했다는 것은 내수에서 활력을 찾기가 상당히 힘들다는 뜻"이라며 "경기 하강과 맞물려 원화 약세에 접어들면서 곡물 등 수입물가도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위기는 또다른 기회일 수도 있다. 임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테마의 성장주가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개별 종목의 내재 가치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정적인 가치를 지닌 주식은 자산 자체가 풋옵션이다. 요즘 싼 주식이 엄청 눈에 띈다"면서 "비지니스 사이클에 구애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기업, 자산가치와 현금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에 주목하라"고 부연했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기본적으로 신흥국의 비중을 축소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 경기는 IT와 중국 경기에 민감한데 이들 지표 역시 불확실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1994년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한 이후 1998년 외환위기가 터졌다"며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구조적 문제 방아쇠를 당긴 것이 중국발 악재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에도 구조적 문제는 잠재됐었지만 중국 경기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중국 경기에 대한 확신이 서지 전까지는 한국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도가 지속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개인들의 신용거래가 최저치인 것을 보면 1차적인 바닥 지지대는 형성된 것으로 분석했다. 임 교수는 "향후 기업실적 등 경기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는 있다"며 "아래로는 현재 주가 대비 -5~-10%, 상단은 +10%의 베어마켓(약세장) 박스권이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국면에선 무엇보다 변동성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