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美 중간선거] 민생 현안에서 패한 트럼프, 남은 2년 먹구름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7 14:54

수정 2018.11.07 14:54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6일(현지시간) 유권자들이 중간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6일(현지시간) 유권자들이 중간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 국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국민투표'라고 불렸던 올해 중간선에서 야당의 손을 들어주면서 트럼프 정부의 남은 2년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를 과시하던 외교나 경제보다는 건강보험과 이민 정책 같은 실생활과 밀접한 문제에 주목했고 상원을 지키고 하원을 잃은 트럼프 정부는 향후 국정 운영에서 지속적으로 민주당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민생현안 거슬린 트럼프
이번 선거의 핵심 화두는 트럼프 정부의 민생 현안이었다. 이날 AP통신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회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6%가 건강보험을 꼽았고 23%는 이민정책을 지목했다.
그 뒤로는 경제(19%)와 총기 정책(8%), 환경(7%)이 이어졌다. 또한 응답자의 64%는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투표한다고 밝혔으며 조사에 응한 인원 가운데 65%는 미국 경제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CNN과 NBC 등 다른 매체들이 실시한 같은 출구조사에서도 건강보험과 이민정책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개표 결과는 상원과 하원의 온도차가 뚜렷했다. 상원의 경우 개표 초반부터 공화당의 우세가 이어졌지만 하원과 주지사 선거 구도는 박빙이었다. 공화당은 펜실베이니아주 등을 포함해 노동자 계층이 밀집한 공업지대 '러스트밸트'에서 안정적인 승리를 얻어냈지만 버지니아주를 비롯한 주요 텃밭을 상실했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각종 최초 기록도 많이 남겼다. 무슬림·원주민 출신 첫 하원의원이 당선됐고, 미 역사상 최초 동성애자 후보도 승리를 거머쥐었다.

■주요정책 줄줄이 브레이크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에서 우위를 잃으면서 논란에 휘말렸던 정책들을 밀어붙이기 어려워졌다. 공화당 중진들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이후 오바마케어 폐지를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화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진한 건강보험 개혁안인 오바마케어의 의무가입조항이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중소기업에게 부담을 준다며 지난해 폐지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건강보험 무가입자를 양산하려 한다며 공세를 강화하는 중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하던 경제정책도 암초에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12월 세제개혁으로 법인세율과 개인 소득세 최고세율을 각각 14% 포인트, 2.6% 포인트 내렸던 그는 중간 선거 운동 내내 이러한 세율 인하가 경기 호황의 밑거름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중순 유세에서 중산층에 대한 세율을 10% 더 낮추겠다고 주장했으나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다. 현재 미국의 재정 적자는 트럼프 정부의 감세 및 사회기반시설 투자 확대로 인해 지난 9월까지 1년간 7790억달러(약 872조원)를 기록, 6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아울러 이민 정책도 이전처럼 강경해지기는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미에서 미국으로 북상중인 이민자 무리에 대해 총기 사용까지 언급했으나 지난달 인터뷰에서 일단 텐트촌으로 보낸 뒤 망명 심사를 실시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는 미국 출생자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 시민권을 없애겠다고 다짐했지만 민주당이 위헌이라며 이를 막아선다면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북 정책의 경우 민주당 역시 졸속 협상을 경계하는 만큼 서두르지 않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유세에서 경제 성장 및 북한과 긴장완화를 자랑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네바다주 유세에서 북한 문제가 "잘 풀릴 것이며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지몰린 트럼프, 출구는?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하원 상실로 인해 정치적으로 큰 고비를 맞게 생겼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선거 캠프와 러시아 간의 유착(러시아 스캔들)을 조사 중인 미 로버트 뮬러 특별 검사팀은 지난달 언론을 통해 중간선거 이후 주요 수사 결과를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공화당이 상원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실제 대통령 탄핵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지만 민주당 측은 이를 빌미로 트럼프 대통령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비리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동시에 트럼프 정부의 재정 지출에 대한 감사 문제도 핵심 현안으로 떠오를 예정이다.

공화당내에서는 백악관과 관계 정립이 애매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유세에서 이번 선거가 자신에 대한 국민투표라고 말하면서도 별도의 인터뷰에서 "공화당이 지더라도 내 책임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 내부에서는 선거 기간 내내 후보들에게 자신의 정책을 강요하고 유세를 지휘했던 대통령이 막상 하원에서 패하자 불만이 새어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 스캔들 조사를 막지 못한 법무장관 등 주요 각료들을 교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공화당 지도부는 수시로 장관을 바꾸는 대통령이 선거 패배 이후 법무장관을 바꾸려 들면 새 장관 인준을 막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4일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패배 이후 국정 혼란의 책임을 민주당에게 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러한 전략이 오히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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