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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장관 "5·18 당시 軍 성범죄 고개숙여 사죄"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7 09:32

수정 2018.11.07 09:53

軍에 따른 여성인권 침해, 참담함 금할 수 없어
진상조사와 가해자 규명에 최선의 노력 다할 것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성폭행을 자행했다는 사실이 국가기관 공식 조사로 확인된 것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성폭행을 자행했다는 사실이 국가기관 공식 조사로 확인된 것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자행된 성폭력과 성추행 등 성범죄에 대해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정 장관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성폭력에 관한 정부 조사에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행과 추행, 성고문 등 여성인권 침해행위가 확인됐다"면서 "평범한 일상을 바랐던 민주화운동 현장에서 여성 인권을 짓밟는 참혹한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38년 동안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은 물론 여성을 향한 성폭력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음으로써 피해자들과 그 가족의 절망과 분노는 더 커졌고, 무고한 여성분들께 말로 다 할 수 없는 깊은 상처와 고통을 드린 점에 대해 정부와 군을 대표하여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계엄군 지휘부의 무자비한 진압작전으로 무고한 여성시민에게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힌 것을 통렬히 반성한다"면서 군은 권력이 아닌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며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인권과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앞으로 출범하는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군사정부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나섰던 광주시민의 명예를 회복하고, 보통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여성들의 상처를 위로하는 데에 인력과 자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여성들의 명예 회복과 치유에도 적극 나서고, 가해자 또는 소속부대를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5.18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상 진상규명의 범위에 '성폭력'을 명시할 것을 제언한 진상조사단의 권고를 엄중히 받아들여 군에 의한 성폭력의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 "국가권력으로부터 고통받은 모든 시민과 여성들께 거듭 사죄를 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방부, 여성가족부가 구성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은 지난달 31일 조사를 마무리하면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행 피해 17건과 일반 시민에 대한 성추행, 성고문 등을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국가차원에서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성폭력 행위를 조사하고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는 공동조사단의 발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공동조사단은 발표 당시 가해자와 가해부대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민군이 조직되기 전 광주지역에 투입됐던 7공수·3공수·11공수특전여단 등 3개 부대를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진상규명조사위가 출범하면 이들 부대에 대해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가해자를 규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사는 피해자 중심으로 이뤄졌고 오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가해자를 찾아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공동조사단도 발표 당시 가해자 조사와 관련해 5·18 당시 참여한 군인의 양심고백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문재인정부가 출범 이후 국방부 장관이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과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월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광주 전일빌딩에 대한 헬기사격과 전투기 무장출격 대기 사실이 밝혀지자 광주시민, 더 나아가 전 국민에 사과한 바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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