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장르포] ‘L당 -123원의 힘’… 한산 했던 주유소 자동차들로 북적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6 17:22

수정 2018.11.06 17:22

유류세 인하 첫날… 서울 시내 주유소 가보니
휘발유 유류세 인하 반영분 123원
아침부터 오피넷 접속, 소비자들 인근 최저가 검색.. 직영주유소엔 출근길 긴줄
우리도 내리자 도미노, 자영주유소도 경쟁 의식..세금인하분 전액 반영해
당장은 손실이지만…재고분 소진에 15일 걸려..판매량은 20% 가까이 증가
사진=김범석 기자
사진=김범석 기자

같은 주유소 다른 풍경유류세 인하를 이틀 앞둔 지난 4일 서울의 한 주유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위쪽 사진) 정부는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 등에 부과되는 유류세 4종을 6일부터 6개월간 15% 인하하기로 했다. 인하 방침이 시행된 6일 같은 주유소에 주유하려는 차들이 몰려들어 붐비고 있다.(아래쪽 사진) 사진=김범석 기자
같은 주유소 다른 풍경유류세 인하를 이틀 앞둔 지난 4일 서울의 한 주유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위쪽 사진) 정부는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 등에 부과되는 유류세 4종을 6일부터 6개월간 15% 인하하기로 했다. 인하 방침이 시행된 6일 같은 주유소에 주유하려는 차들이 몰려들어 붐비고 있다.
(아래쪽 사진) 사진=김범석 기자

"어젯밤에 주유소 유류 가격을 검색해봤어요. 집에서 가까운 주유소 중에서 가장 저렴한 주유소가 이곳이더라고요." 서울 영등포구 SK직영 양평셀프주유소에서 만난 김동명씨(40)는 "직영주유소는 유류세 인하 당일 바로 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이곳으로 왔다"고 말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가 시작된 11월 6일 오전 8시,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접속은 쉽지 않았다.

김씨처럼 새벽에 미리 가격을 검색해보지 못한 이들이 출근길에 더 싼 주유소를 찾기 위해 한꺼번에 접속하면서 접속이 어려워진 것이다. 오피넷 접속이 어려워도 알뜰한 소비자들은 값싼 주유소를 어떻게든 찾아내 몰려들었다. 흰색 K5를 몰고 들어온 김승종씨(43)는 "네이버 검색을 통해 값싼 주유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직영주유소엔 주유를 기다리는 차들이 줄을 섰다. 인하된 유류세는 휘발유가 L당 최대 123원, 경유가 87원이다. 예고한 대로 정유사들은 이날 0시 출고분부터 유류세 15% 인하가 반영된 가격으로 주유소에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LPG)를 공급했다. 다만 출고분이 주유소까지 옮겨지려면 최소 10~15일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정상적 유통과정을 거친다면 인하된 유류세가 반영되려면 적어도 1~2주는 지나야 한다.

하지만 정유 4사의 직영주유소와 알뜰주유소는 정부 유류세 인하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6일부터 즉각 가격에 반영키로 했다. 효과는 판매량으로 나타났다. SK직영 양평셀프주유소 직원 조인호씨(63)는 "휘발유 기준 정확히 123원 내린 1591원에 팔고 있다. 오전에 나간 물량을 확인해보니 확실히 최근 며칠 동안보다 많이 늘어났다"며 "최근 두 달 하루 50드럼 이상 팔기가 쉽지 않았는데 오늘 60드럼(1드럼=20L) 이상 판매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길 가다 떨어지면 넣던 기름을 애써 값싼 주유소를 찾아넣는 상황이 발생하자 자영주유소들도 덩달아 가격을 낮추는 상황이 벌어졌다. 실제 SK직영 양평셀프주유소 맞은편 도로엔 자영주유소인 GS칼텍스 제2한강 주유소가 있다. 직영주유소와 도로 하나를 두고 있지만 가격은 휘발유가 L당 1585원, 경유가 1415원으로 오히려 더 싸다. 이 주유소 직원은 "주변 주유소와의 경쟁관계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영등포구만의 상황이 아니다. 강서구 곰달래로에는 유독 주유소가 많다. 특히 경인고속도로 방면으로 진출하는 도로에는 알뜰주유소, SK엔크린 목화주유소, GS칼텍스 경인고속주유소 등 3개 주유소가 나란히 있다. 이 가운데 경인고속주유소는 자영주유소인데도 선제적으로 세금인하분 전액을 모두 가격에 반영했다. 김희진 경인고속주유소 대표는 "정부 정책에 호응해 경기가 살아난다면 주유소 영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인고속주유소가 휘발유 가격을 123원 내린 L당 1565원에 맞추자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L당 1600원 이상 받던 주변 주유소들도 가격을 똑같이 맞췄다. 이처럼 자영주유소들이 주변 주유소 가격을 감안해 가격을 재책정하는 사례가 늘면서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반영되는 서울 주유소 휘발유·경유 평균가격 역시 몇 시간 새 30원 가까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 오전 서울 휘발유 평균값은 1764.19원인 반면 낮 12시 평균값은 1737.47원으로 26.72원 차이가 났다.

반면 당장의 손실을 떠안고 재고물량을 처분하기 어렵다는 영세한 자영주유소도 있었다.
SK직영주유소에서 차로 5분 내외 거리에 있는 영등포구 버드나룻길의 한 주유소는 이날 휘발유는 L당 197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 주유소 관계자는 "물론 재고물량에 먼저 세금인하분을 적용해 팔고 유류세 인하가 종료되는 내년 5월 6일에 맞춰 그만큼 올리면 똑같다는 조삼모사라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지금 당장 재고물량에 유류세 인하한 만큼 빼면 당장 마이너스가 된다.
재고를 모두 팔 때까지 버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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