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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전망 암울] “내년엔 美 포함 전세계 경기둔화… 中 하락세 두드러질 것”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5 17:36

수정 2018.11.05 17:36

“세계 경제 고점 찍었다” IMF·블름버그 잇단 경고.. 무역전쟁 여파 中 둔화세
동남아 국가에 연쇄 충격.. 美·유로존도 모멘텀 상실.. 금융 거쳐 실물경제 타격
자료:블룸버그
자료:블룸버그

미국을 포함해 세계경제가 내년 동반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전 세계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동반성장세를 보였지만 내년엔 전체가 예외 없이 하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시간) 전문가들 조사를 바탕으로 이같이 보도했다.

■中하락세 두드러질 듯

우선 중국의 하락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 들어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최악의 경제성적을 내고 있는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매듭 짓지 못하는 한 내년 성장률이 더 떨어질 것이다. 중국의 성장둔화는 이미 아시아 국가들에 충격을 줘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의 산업생산 지표가 경기위축 구간에 진입했다.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역시 다르지 않다. 이미 성장 모멘텀이 크게 둔화돼 3·4분기 성장률은 전분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적자예산안으로 유럽연합(EU)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탈리아와 유로존 성장엔진인 독일 경제가 정체된 것이 성장률 둔화의 주요 배경이다.

반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유가 상승 등의 여파로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미 예상한 것처럼 물가가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경제성장세 둔화와 맞물려 내년 통화정책 방향 설정을 복잡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가운데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예고한 대로 양적완화(QE) 종식과 내년 중반 이후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인지가 의문이다.

미국은 아직까지는 잘 버티고 있다. 노동시장의 빠듯한 수급이 미국 성장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의 든든한 버팀목이지만 대부분 이코노미스트들은 그러나 미국 성장률 역시 잠식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높은 금리, 이전 감세효과 소진 등으로 인해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둔화될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올 4·4분기 성장률 예상치 중앙값이 2.7%로 2·4분기 4.2%, 3·4분기 3.5%에 비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전 세계 동조화…하강으로"

채권펀드 핌코의 글로벌 경제 어드바이저인 조아킴 펠스는 "아마도 전 세계가 재동조화할 것이라는 게 현재의 흐름"이라면서 "다만 이번에는 (올해 초와 달리 상승이 아닌) 하강(동조화)"이라고 말했다.

이는 올해 4월을 기점으로 한 동반상승 전환 분석 흐름과 뚜렷이 다른 흐름이다. 4월에만 해도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전 세계가 2010년 이후 가장 통합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반년 뒤인 10월 WEO 수정보고서에서는 2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세계 경제가 이미 고점을 찍었다고 평가를 바꿨다.

다른 경제지표들도 동반하강을 예고하고 있다. 대표적 경제지표 가운데 하나인 IHS 마킷의 구매관리자지수(PMI)는 하강세가 뚜렷하다. 중국과 유로존의 PMI가 지난달 하락하면서 지수가 약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부분 국가의 PMI 모두 지난 석달 새 하락세를 기록했다. 미국만 거의 변하지 않았을 뿐이다.

도이체방크의 글로벌 외환리서치 공동책임자인 앨런 러스킨은 "최근 지표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성장 사이클이 정점을 지났음을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뚜렷해진 세계 경제 동반둔화 조짐은 금융시장을 거쳐 다시 실물경제에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전 세계 주식시장이 앞으로 20% 더 떨어지면 내년과 2020년 선진국 국내총생산(GDP) 평균치를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강세장 이후 최악의 실적을 낸 지난달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하면서 8조달러가 주식시장에서 증발한 바 있다. 주식시장 급락세는 투자위축과 소비둔화로 이어져 실물경제에 충격을 주게 된다.

동반하강을 늦출 수 있는 변수도 물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을 포함해 무역긴장이 완화되면 세계 경제성장세 둔화가 늦춰지는 것은 물론이고 다시 동반성장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역시 변수다. 주식시장 하강세가 연준의 금리인상을 더디게 만들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채무자들과 신흥시장의 압박이 완화된다.
이와 함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탈리아 재정적자 문제 등이 어떻게 진행되느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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