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갈피 못잡는 시중자금] 롤러코스트 장세에 투심 급랭… 큰손들 현금 움켜쥐고 관망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4 17:33

수정 2018.11.04 20:57

코스피 2000선 붕괴 이후  강남·분당 PB센터 분위기
예탁금 연초 대비 6조 빠져 일부 저가 매수세도 있지만 추가하락 우려 대부분 발 빼
잇단 규제책에 부동산 외면..달러·美국채 해외투자 기웃..PB “낙폭과대 단기매매를”
[갈피 못잡는 시중자금] 롤러코스트 장세에 투심 급랭… 큰손들 현금 움켜쥐고 관망
[갈피 못잡는 시중자금] 롤러코스트 장세에 투심 급랭… 큰손들 현금 움켜쥐고 관망

"당분간 주식 등 위험자산을 늘리기에는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센터장의 말이다.

'큰손'으로 불리는 증권사 PB센터 고액자산가들이 신중해졌다.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부동산시장도 정부 규제로 투자처로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주 코스피지수가 22개월 만에 2000 선 밑으로 떨어진 뒤 2100 선 가까이 반등했지만 투자심리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었다. 저가매수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현금을 보유하며 상황이 좋아지길 기다리는 눈치다. 심지어 증권사 PB센터들은 "고객들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인터뷰마저 꺼리는 분위기다.

실제 주식매수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감소 추세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말 고객예탁금은 25조6627억원으로 코스피 2000 선이 무너진 지난달 29일(26조3574억원)보다 7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1월 말 31조7860억원과 비교하면 6조원 넘게 급감했다. 특히 1억원 이상 대량매수 주문은 연중최저치로 떨어져 큰손들이 저가매수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럴 상황 아닌데"…2000 붕괴에 충격

지난주 코스피지수 2000 선이 무너지자 큰손들이 몰린 강남·분당 등 증권사 PB센터는 찬물을 끼얹은 분위기다. PB센터 고객들은 이번 하락장이 체감적으로 과거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처럼 심각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가 급락하자 실망감이 더 컸다. 추가 하락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저가매수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문석호 KB증권 미금역지점 팀장은 "고객들이 금융위기나 버블붕괴 당시 느꼈던 위기감, 상실감을 이번에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체감적으로 위기상황이 아닌데 주가가 많이 하락하자 실망감이 더 컸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큰손들은 이미 주식을 팔고 현금 비중을 높여 놓은 상태라 손실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문제는 주식형펀드만 매수하거나 직접 주식매매를 하면서 빚을 내 투자(레버리지)한 고객들이다.

여웃돈으로 투자하며 미리 현금 비중을 높여놨던 일부 큰손들은 저가매수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있다. 최근 주가 급락이 국내보다는 해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 만큼 상황을 봐 가면서 투자를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관망하려는 분위기가 짙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이 잇따라 나오면서 부동산 직간접 투자로 갈아타려는 움직임도 거의 없는 편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불안한 국내 주식·부동산을 피해 해외투자에 관심을 갖는 경우도 있다. 문 팀장은 "금융상품에서 적절한 차익실현이나 손절매타이밍이 내년 상반기 정도로 본다. 다만 신규상품 가입 측면에서 안정적인 부동산펀드 등에 가입하려는 경향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 대치PB센터 관계자도 "최근 부동산펀드의 우수한 성과 때문에 이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특히 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 부동산펀드에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바닥권이라지만 아직은 신중론이 대세

증권사 PB센터에서는 당분간 불확실성이 많아 보수적인 투자를 권하는 분위기다.

김은영 한화투자증권 강서지점 차장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으로 채권 등 안정적 상품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고객성향에 따라 안정적인 상품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1~2년 만기 우량회사채를 권하고, 1억 이상 투자 가능 고객에게는 미국채 직접 매입 등을 추천한다. 대표 안전자산인 달러로 미국 국채를 매수해두는 것은 분산투자 측면에서도 좋은 선택이라는 얘기다.

반면 지금의 주가하락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분산투자에 나서기 좋은 상황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다솔 메리츠종금증권 강남금융센터 차장은 "추가 하락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상승장이건, 하락장이건 과도한 하락은 늘 수익창출의 기회를 제공했다"며 "수익·자산가치 등을 고려했을 때 추가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증권사 PB센터들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상품을 고르라고 조언했다.
KB증권 미금역지점은 기업실적은 좋은데 급락한 종목들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했다. 금융상품으로는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적은 단기 리자드형 주가연계증권(ELS)을 추천했다.


김은영 차장도 "주식은 떨어질 때 사고 올라갈 때 파는 것이라는 당연한 논리를 되새겨봐야 할 때"라며 "현금을 보유한 고객은 실적개선 낙폭과대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단기매매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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