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간호사의 근로환경, 내 건강과 직결돼 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2 17:20 수정 : 2018.11.03 18:10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추가 근로수당을 받지 못하는 게 대부분인 직종이 있습니다. 식사시간은 보장이 되지 않습니다. 3일에 한번 야간근무하고, 육아휴직이 보장되지 않고, 부당해고도 감수해야 합니다. 이런 사업장이 있으면 고용노동부에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종합국감. 전현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참고인에게 질의하기 전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한 질문이다.


이 장관은 "(해당 사업장에 대해선) 근로감독을 통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전 의원은 "많은 간호업종 종사자들이 겪는 일"이라고 답했다. 이날 전 의원이 부른 참고인은 20년 경력의 간호사 A씨였다.

A씨는 수년 전 본인이 지방 공공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던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인력이 부족해 혼자 중환자실을 지키고 있었는데 화장실을 갈 수 없어 환자가 사용하는 성인용 기저귀를 바닥에 깔고 생리현상을 해결했다고 울먹였다. 고용부 소속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는 임신을 한 소속기관 간호사들이 여전히 야간근무를 한 점이 다시 한번 거론됐다.

간호사들의 과도한 업무와 장시간 근로의 문제점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전현희 의원에 따르면 한 해 2만7000명의 신규 간호사가 배출되지만, 같은 수의 간호사가 병원을 떠나고 있다. 그렇다고 간호사 면허증 보유자 수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간호사 면허 보유 수(2016년 기준)는 19.6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3.60명)을 웃돌았다. 하지만 활동 간호사(6.80명)는 OECD 평균(8.88명)보다 적었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 간호사에 대한 사회적 지위 하락, 바쁜 업무에 치여 방광염에 걸리는 것이 비일비재한 일상이 원인인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부터 5년간 한시적으로 대학 간호학과 편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모집정원의 10%만 허용하던 학사 편입생을 30%까지 늘리고, 4년 과정으로 운영하는 전문대학의 간호학과도 편입학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이나 근로조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간호사 면허증 보유자만 급격히 늘어나 향후 다른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00세 시대를 맞아 간호사를 찾는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보호자나 간병인 없이 전문 간호사가 24시간 동안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도 시작했다. 그에 비해 최근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2018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직업 선택기준에서 본 간호사업종은 안정적 수입, 적성.흥미 모두에서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근로환경 개선이 현직 간호사만의 문제로 한정할 수 없는 이유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은 일하는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가고 싶은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간호사는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한 사람이다. 그들이 간호사에 대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의료 현장에 매진할 수 있도록 근로환경 개선 논의가 필요한 때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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