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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불평등 심각"…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 강화에 방점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1 17:26

수정 2018.11.01 17:26

문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 "함께 잘살자" 포용성장 강조
혁신성장 관련한 언급은 적어 고용대란 등 직접해법 아쉬워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에서 열린 2019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경제적 불평등(양극화)'과 '불공정' 해소를 축으로 하는 '포용국가'를 경제정책의 지향점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현 정부의 세바퀴 성장론 가운데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기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다만 세바퀴 성장론의 다른 한 축인 혁신성장은 내년도 예산안의 세부항목을 설명하는 단계에서만 언급, 정책의 철학과 실행에 있어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점을 방증했다는 지적이다.

■집권 3년차 포용성장 강화

이는 전반적으로 성장정책을 통한 성장이 아닌, 분배정책과 분배구조개선을 통한 성장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발전된 나라들 가운데 경제적 불평등 정도가 가장 심한 나라가 됐다"며 "불평등이 그대로 불공정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 "역대 정부도 커져가는 양극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며 "기존의 성장방식을 답습한 경제기조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불공정·불평등 해소를 "함께 잘살자"는 말로 대변했고, '함께 잘살자'는 다시 '포용국가' 개념으로 치환됐다. 포용국가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며, 우리 정부에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소득주도성장론, 이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포용성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아 갈 수는 없다"며 "함께 잘살자는 우리의 노력과 정책기조는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도에도 경제체질을 바꾸는 작업을 경제정책 운용의 중심에 두겠다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 문제로 상처가 났지만 포용성장 개념의 틀 안에서 국정운영의 핵심 철학으로써 지속·보완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핵심정책은 수정하겠으나 그 철학만은 유지·진화시켜 나가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등의 정책이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의식, 포용국가가 세계적 흐름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세계은행, IMF(국제통화기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많은 국제기구와 나라들이 포용을 말한다"며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포용도 같은 취지"라고 말했다.

실제 연설에서 '포용'이라는 단어는 18회 사용됐다. 이의 다른 표현인 '함께'라는 말은 무려 25회나 나왔다. '불평등'은 6회 등장했다. 그 대신 '소득주도'라는 말은 전체 연설 중 두 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공정경제 기조를 드러내는 '공정'(7회), '불공정'(3회)이 총 10회 언급됐다. 경제정책의 철학적 바탕이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에 있다는 것으로 설명된다.

■재정확대 기조 강조

이와 함께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 강조로 이어진다. 내년도에 정부의 총지출은 470조5000억원이다. 올해 대비 9.7% 늘어난 것으로 지난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과 관련, "여러 해 전부터 시작된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외여건도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때"라고 제시했다. 돈을 풀어 양극화, 일자리, 저출산, 고령화 등과 같은 구조적 문제에 본격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과제와 처방이 '불평등·불공정→소득주도성장→포용성장→확장적 재정'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집권 3년차 예산을 통해 포용국가 개념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장기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평등·불공정 해소에 기반을 둔 거대 담론의 강조로는 당장 현재 발생한 고용문제 심화, 증시 폭락사태, 부동산 가격 폭등, 미국 금리인상을 비롯한 대외 불확실성 증대 등 현실의 경제상황에 대응한 충분한 메시지는 아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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