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지방분권 시대 우리동네 특별자치] 울산 '유령서점' 걸러내는 지역서점인증제 도입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1 16:58

수정 2018.11.01 16:58

지역서점위원회가 서점 인증.. 문화·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필요한 비용 예산내 지원
울산시립도서관은 올해 4월26일 개관했다. 이곳의 개관 장서는 14만5000권 수준이지만 해마다 2만권 이상 서적을 구입하고 자료를 보충해 2023년쯤엔 31만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울산시립도서관은 올해 4월26일 개관했다. 이곳의 개관 장서는 14만5000권 수준이지만 해마다 2만권 이상 서적을 구입하고 자료를 보충해 2023년쯤엔 31만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시의회는 지난 10월 25일 제200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고 '울산시 지역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다. 이 조례의 제정이 관심을 끈 이유는 대형서점 또는 소위 '유령서점'으로부터 울산지역 소규모 서점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다.


울산에서는 온라인서점의 활성화를 비롯해 상대적으로 높은 원가율, 독서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유명 지역서점들이 사라진지 오래됐다.

몇 해 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독립서점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가끔씩 보너스처럼 주어지는 학교, 공공도서관 도서납품 입찰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가짜 서점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1일 조례안을 발의한 울산시의회 이상옥 의원에 따르면 올해 초 울산시에서 울산시립도서관이 필요로 하는 도서 5000권을 구입하기 위해 조달청에 입찰공고를 내자 총17개 업체가 참여했지만 대부분 업체는 일반서점이 아니라 사업자등록상 등록만 돼 있는 '페이퍼 서점'이 대부분이었다. 방문서점은 두 군데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낙찰된 업체가 실질적 사업자가 아니다보니 도서납품은 타 지역 업체에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는 이런 '유령서점'을 걸러내는 지역서점 인증제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도록 하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우선 지역에 주소와 방문 매장을 두고 불특정 다수인에게 도서를 전시·판매하고 있는 서점을 '지역서점'으로 정의하고, 지역서점위원회를 구성해 지역서점을 인증하도록 했다. 또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한 지원계획 수립 및 시행, 지역서점 지원사업 종류 및 범위 등도 담겼다.

울산시장은 지역서점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3년마다 지역서점 지원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했다. 또 지역서점을 활성화하기 위해 문화·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에 필요한 비용을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하고 인문도서, 고서 등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특성화서점의 활성화를 위해 시책을 추진하고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조례는 지난 2016년 한 차례 울산시서점조합을 통해 제정이 건의된 바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반영되지 않았다.

울산시서점조합에 따르면 서울시를 비롯한 10개의 광역시도는 몇 해 전부터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를 제정해 운용하고 있다. 일부 기초자치단체도 같은 성격의 조례를 제정, 지역서점인증제 등 정책을 시행하는 곳이 여럿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울산시서점조합의 한 관계자는 "서점과는 관계도 없는 주유소 운영, 전기납품 등을 하는 사람들이 사업자등록증만 추가해서 가짜 서점을 운영하는 실정인데 앞으로는 이번 조례 제정으로 이러한 가짜서점과 유령서점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울산시도 지역서점 인증정책 시행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역서점 인증정책은 공공조달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는 페이퍼(명목상)서점들의 입찰참여를 규제하는 등으로 지역서점들의 경쟁력 강화로 지속가능성을 높여주고, 지역순환경제 발전에도 적잖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울산지역 서점(문구포함)은 2003년 132곳에 이르렀지만 2007년 145개소를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해 10년이 지난 현재는 80곳으로 줄었다.
2003년 대비 39.4%의 감소률이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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