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정의용-비건 2시간 마라톤 면담…'한·미 공조' 최종 입장조율

이태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30 20:16

수정 2018.10.30 20:16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왼쪽)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오른쪽)와 3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주변 정원을 산책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왼쪽)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오른쪽)와 3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주변 정원을 산책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30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2시간 가량 마라톤 회의를 벌였다. 청와대에 따르면 정 실장과 비건 대표는 이 자리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상황 및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비건 대표는 정 실장과의 면담을 끝으로 한반도 비핵화 정책과 관련된 우리 정부 관계자들과의 면담 일정을 마무리했다.

■비건, 정의용 만나 '한·미 공조' 최종 입장조율
정 실장과 비건 대표는 이날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약 25분가량 대담을 진행했다.
이어 본관 내부로 자리를 옮겨 마라톤 면담을 이어갔다. 우리 측에서는 권희석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이 미국 측에서는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배석했다.

두 사람의 면담이 길어진 것은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한미 간 공조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입장 차를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렸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비건 대표가 방한 중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강경화 외교부장관, 조명균 통일부장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등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 핵심들을 모두 만난 뒤 최종적으로 정 실장을 만난 자리인 만큼 마무리 지어야 할 쟁점들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전날 청와대에서 임 실장과 만나 한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국내 외교·안보 이슈 책임자인 정 실장 보다 앞서 임 비서실장을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미 간 대북정책 속도조절 요구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정 실장과 비건 대표는 '비건 대표와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의 의견 교환으로 한미간 상호 입장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고 양국 공조관계를 더욱 굳건하게 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조명균 "남북, 북미관계 보조 맞추는 협의"
비건 대표는 이날 정 실장과의 면담에 앞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만나 한반도 현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조 장관은 비건 대표를 만나 "남북관계, 북미 관계의 보조를 맞추는 협의를 하게 돼 중요한 시간"이라며 "지금 현시점이 대단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번 면담에서 비핵화 협의 뿐 아니라 남북관계 속도조절, 대북제재 압박 등 다양한 협의를 가졌던 것으로 관측된다.

조 장관은 "그때(9월) 만난 이후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있었고 남북 간에도 많은 일이 진행되고 있다"며 "미국과 북한 간에도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비건 대표가 평양을 방문했고, 그 이후 북한과 미국 간 여러 협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건 대표는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주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같은 것을 원한다"며 "우리가 협력할 많은 계획들이 있고,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실무회담이 불발된 비건 대표가 방한해 전방위 외교전을 펼친 것은 남북 협력사업 관련 한미간 이견 조율에 주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속도조절론은 거듭 피력했고, 미국 관료들이 남북관계 개선 속도 등에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한 상황이다.


한편, 비건 대표는 이날 이도훈 본부장과 저녁 식사를 가진 뒤 31일 귀국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golee@fnnews.com 이태희 임광복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