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유일한 생존자 이춘식옹 “이겼다, 기쁘지만 혼자 남아 슬프다”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30 17:40

수정 2018.10.30 22:00

대법, 강제징용 배상 판결 “정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손해배상권 소멸 안돼”
日법원 소송 21년만에 결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씨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승소 판결을 받고 눈시울을 글썽인 채 인사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 4명에게 1억원씩 지급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씨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승소 판결을 받고 눈시울을 글썽인 채 인사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 4명에게 1억원씩 지급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전범기업에 대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인정된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지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자 개인의 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본 일본 정부 및 최고재판소와 반대되는 판단이다.


■"한·일 청구권 협정, 개인적 손해배상청구권 포함 안돼"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가 원심판결을 확정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재상고심에서 핵심 쟁점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됐냐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한일협정으로 피해자들의 개인적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된건 아니라고 봤다.

김명수 대법원장 등 7명의 대법관은 다수의견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이라며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박정희 정부 시절 체결된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닌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해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해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법원은 “당시 한일회담에서 제시된 항목 중 '피징용한국인의 미수금·보상금 및 기타 청구권의 변제청구'라는 문구가 있지만, 이는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며 "협정의 협상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한 상황에서 강제동원 위자료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반면 일부 대법관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도 포함된다"는 반대의견을 내놨다.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 또는 일본 국민에 대해 갖는 개인청구권이 청구권협정에 의해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되게 됐다"며 "피해자들이 일본 국민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를 상대로 국내에서 강제동원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것 역시 제한된다"는 이유에서다.

■판결 4개월 앞두고 작고… "조금만 일찍 판결 나왔어도…"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강제징용 피해자인 고(故) 여운택·신천수씨가 1997년 일본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지 21년만에 나온 결과물이다. 이들은 2005년 고(故) 김규수씨와 이춘식씨(94)와 함께 한국 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그 기간은 재판은 오랜 기간 진행됐다. 특히 2013년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의 피고 측의 배상 판결을 넘겨받은 양승태 대법원은 사건을 무려 5년이나 넘게 끌었고, 현재 재판 거래와 관련된 정황이 포착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사이 지난 6월 세상을 떠난 김씨를 포함해 3명이 최종 판결도 못본 채 사망했다. 유일한 생존자인 이씨는 이날 판결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대법원 판결에서 이겼지만, 혼자 남아 마음이 너무 슬프고 눈물이 나온다"며 울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의 부인 최정호씨(83)는 "판결을 조금만 서둘렀으면 판결 결과를 알고 돌아가셨을텐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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