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美비건 대표, 文정부 외교안보라인 전방위적 연쇄 면담 요청 왜?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9 21:23

수정 2018.10.29 21:51

임종석-美비건  40~50분간 면담 
靑 "대북정책 속도차 허심탄회하게 논의"
종전선언 얘기는 언급 없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9일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청와대에서 만나 한반도 비핵화 공조방안을 논의했다. "남북대화와 북·미 협상간 '속도차'를 둘러싼 한·미간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고갔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면담은 약 40~50분간 이뤄졌다. 통역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대화 시간은 약20~30분간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측에선 청와대 권희석 안보전략비서관이, 미국 측에선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한반도 담당 보좌관, 케빈 킴 비건대표 선임보좌관이 배석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안이 논의되기 보다는, 포괄적인 수준에서 한·미간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차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주고 받았다"며 "양측이 좋은 분위기 속에 충분히 소통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우리 측이 연내 달성을 목표로 하는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서면 브리핑을 통해 임 실장이 비건 대표를 향해 "북미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달라"는 발언을 공개했고, 비건 대표는 "한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번 만남은 미국 측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미국 국무부 차관급 인사를 직접 대화 상대로 만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청와대는 임 실장이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직을 수행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으나, 대북정책에 관한 임 실장의 영향력은 사실상 문 대통령 다음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으로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주도하는 임 실장을 만나 남북대화, 북·미대화간 속도문제를 조율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역으로, 북한이 낼 수 있는 '비핵화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보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비건 대표가 임 실장을 면담 상대로 요청한 배경에 대해 "비건 대표의 방한 목적이 북·미 현안 보다는 한·미 간 대북정책 속도조율 문제에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핵심 측근인 임 실장을 만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박3일 일정으로 서울을 방문한 비건 대표는 이날 임 실장 면담에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났으며, 30일엔 조명균 통일부 장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잇따라 접촉한다.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생각을 샅샅이 훑고 가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22일 카운터파트너인 이도훈 본부장을 만난 지 불과 엿새 만에 비건 대표가 한국을 방문 한 건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이태희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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