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헤리티지 "워싱턴, 서울에 '대북문제 속도를 늦추라' 강력 메시지"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8 16:35

수정 2018.10.28 16:35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트럼프·문 대통령 김정은 트릭에 속고 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워싱턴·서울=외교부 공동취재단 임광복 기자】미국 싱크탱크에 소속된 한반도 전문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트릭에 속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 행정가들은 대체로 한미의 대북 협상자세에 분노하고 있다고도 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외교부 출입기자단이 방미해 워싱턴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북한과 협상에 대해 미국 당국자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 폼페이오 국무장관 모두 김정은 위원장의 트릭에 말려들고 있다"며 "이들은 북한이 동의하지 않은 내용들에 대해 '동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미국과 한국이 하겠다고 한 것들에 대해 공식적으로 동의한 게 없는 상태"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하겠다고 한 걸 북한은 오히려 거부하는 모습 보이고 있다"고 했다.

한국이 북한에 주려는 경협 리스트는 향후 유엔제재 위반을 가져올 수 있다고도 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에 주고 싶어하는 경제적 혜택 리스트를 이미 많이 갖고 있고, 그 내용이 점점 늘고 있다"며 "결국 이렇게 되면 유엔제재안과 미국법을 어기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워싱턴과 서울이 북한을 바라보는 견해는 다르다고 했다.

그는 "미국 정부 당국자 상당수가 문 대통령 행동에 대해 매우 우려하거나 심지어 분노하고 있다"며 "워싱턴에선 사실 여러 차례에 걸쳐 "속도를 늦추라"는 상당히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한미 간 긴장상태가 점점 강해지면서 공개적으로 계속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긴장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최근 폼페이오 장관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전화해서 항의했다는 보도 나왔던 것처럼 긴장 관계가 있어 보인다"며 "공개적으론 동맹국이고 한미 양국에 문제없다지만, 개별적으로 듣는 것은 워싱턴서 한국으로 가는 메시지가 굉장히 강력하다"고 밝혔다.

이는 경협을 떠나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차도 한미간 뚜렷하다고 했다.

그는 "종전선언에 서명하면 유엔결의안, 주한미군 주둔 문제, 상호방위조약, 미국이 주장하는 핵우산 정책에도 영향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종전선언 보다는 평화협정을 향해서 정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에 제기하는 재래식 위협을 낮추는 걸 필요조건으로 해야 한다"며 "제가 1980년대 참여했던 유럽 재래식 군사력 감축협상 조약과 같은 수준으로 가져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한미와 국제사회는 지금까지 북한 비핵화를 두고 8개의 합의문 만들었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했다. 그 중 4개는 북한이 결코 핵무기 만들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고, 나머지는 핵무기들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했다. 우리 통일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수백 개의 남북 간 합의가 있었지만, 북한의 군사 행동을 줄이고 정치·경제적 개혁에 실패한 합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 실패 했으니 너무 과속하는 것 빨리 앞서가는 것, 먼저 혜택 제공하는 것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신중하고 회의적인 입장을 가질 필요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헤리티지 재단에서 11년간 동북아를 담당했다. 20년 동안 중앙정보국(CIA), 국방정보국(DIA)에서 일했다.
CIA에선 한국지부 부과장 역임하기도 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