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가해자 98% 남성인데 왜?” 여가부 불법촬영 근절 광고 논란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7 09:15

수정 2018.10.27 09:40

“가해자 98% 남성인데 왜?” 여가부 불법촬영 근절 광고 논란

여성가족부의 불법촬영 근절 캠페인 광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광고는 한 여성이 남성이 피해자인 불법촬영물을 유포하다 적발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본 여성들은 불법촬영 가해자의 98%가 남성인 현실을 광고가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 광고 속 여성, 메신저로 남학생 영상 유포
27일 여성계 등에 따르면 여가부는 지난 17일 ‘불법촬영은 범죄입니다’라는 주제로 불법촬영 근절 캠페인 광고 세 편을 유튜브에 게재했다. 이 중 여성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은 ‘보는 순간 당신도 공범입니다(공유/유포편)’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광고 속 여성은 메신저 앱을 통해 ‘반도의 흔한 남고딩(남자고등학생) 몸매.avi’ 파일을 지인과 공유하면서 “일반인 유출본ㅋㅋㅋㅋ”라는 문자도 함께 보낸다.
이에 상대방은 “오 대박” “대박이다ㅋㅋ” 등의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여성의 유포 행각이 드러나자 ‘언제까지 퍼나를텐가’라는 자막이 뜨면서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받는 장면이 연출된다. 이후 한 중년 남성이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이런 유포 행위를 한심하게 여기고 ‘불법촬영영상 공유하는 순간 당신은 성범죄자입니다’라는 문구가 나오면서 영상이 끝난다.



■ “가해자 성비 찾아봐라” “저런 걸 누가 보냐” 여성들 반발
해당 영상은 지난 26일부터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여성 중심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됐다. 여성 네티즌들은 불법촬영 가해자 중 98%가 남성인 현실에서 남성이 아닌 여성 가해자를 캠페인 영상에 넣은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한다.

네티즌들은 “피해자, 가해자 성비 좀 제대로 찾아보고 다시 만드세요”, “세상 어떤 여자가 ‘흔한 남고딩 몸매’ 저런걸 검색해봄?”, “여고 기숙사 유출본, 여고 화장실 유출본 판치는 세상인데 남자 눈치 보느라 이런 식으로 만든 건가”, “불법촬영 피해자 대부분이 여자이고 찍는 사람, 보는 사람, 공유하는 사람 대부분 남자인데 누구 놀리는 건가”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실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여가부 장관)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법촬영 범죄로 검거된 1만6201명 중 98%인 1만5662명이 남성이었다.
반면 불법촬영 피해자 2만6654명 중 84%인 2만2402명이 여성이었다.

그럼에도 불법촬영 근절 캠페인에서 불법촬영물을 유포하는 여성의 모습을 다룬 것은 여가부가 현실을 왜곡하거나 지나치게 기계적 성평등을 취한 것이라고 여성들은 입을 모은다.
반면 다수의 남성 네티즌들은 “여자들도 성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광고인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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