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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쌀값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8 17:04

수정 2018.10.18 17:04

정부는 2005년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직불금제로 전환했다. 직불금제는 정부가 목표가격을 설정하고 산지 쌀값이 여기에 못 미치면 차액의 85%를 세금으로 메워주는 제도다. 쌀 보조금을 세계무역기구(WTO)가 허용하는 형태로 바꾼 것이었다.

첫해인 2005년의 목표가격은 80㎏당 17만83원으로 결정됐다. 이후 한 차례 인상돼 현재 18만8000원이다. 산지 쌀값은 거의 매년 목표가격을 밑돌았다.
특히 2013년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추수철만 되면 쌀값 폭락에 항의하는 농민시위가 되풀이됐다. 2016년 상반기에는 12만7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쌀값 폭락은 막대한 재정낭비를 초래했다. 정부는 차액보상을 위해 매년 막대한 보조금(직불금)을 지급해야 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 동안 지급한 쌀 직불금 총액은 14조5566억원이나 된다. 쌀정책 실패와 재정낭비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나왔다.

쌀값이 폭락한 것은 과잉생산 때문이었다. 식생활 패턴이 달라지면서 쌀 소비량이 급격히 줄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은 과잉생산으로 쌀값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생산을 줄이지 않았다. 직불금 때문이었다. 쌀값이 떨어져도 국가가 차액을 보전해주기 때문에 감산할 이유가 없었다. 국내 생산량이 모자라 수입에 의존하는 농작물이 많은데도 정부는 굳이 남아도는 쌀에다 보조금을 주어 더 많이 남아돌게 하는 정책을 계속했다.

정부가 뒤늦게 쌀정책 합리화에 나섰다. 올해는 2.4% 감산이 예상된다. 지난해 재배면적을 줄인 데다 이상 고온과 수확기 태풍까지 겹쳤다. 그 영향으로 쌀값이 오르고 있다. 지난 15일 현재 산지 쌀값은 80㎏당 19만3008원으로 조사됐다. 전년동기 대비 27.8% 올랐다. 그러자 곳곳에서 쌀값 폭등이란 얘기가 나온다. 정부 비축미 방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쌀값 폭등은 겉만 보고 속을 보지 못해서 나온 말이다. 2004년 가을 산지 쌀값은 80㎏ 한가마에 17만원이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14년간 13% 올랐을 뿐이다. 정부가 다음달 국회에 낼 쌀 목표가격 수정치(19만4000원 예상)에도 못 미친다.
쌀값은 폭등했다고 말할 것이 아니다. 올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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