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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푸드]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도… 호빵은 언제나 옳다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8 16:55

수정 2018.10.1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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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푸드]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도… 호빵은 언제나 옳다


찬바람 쌩쌩 부는 겨울날, 뜨거운 호빵을 꺼내 "앗뜨거! 앗뜨거!"하며 한 입 베어물면 가슴속까지 파고들었던 냉기가 가신다. 얼어 붙었던 손은 호빵의 열기로 녹아 내리고 달콤한 포만감이 움추러든 어깨까지 펴게 만든다. 호빵이란 이름도 '호호 분다'에서 따왔다고 한다. 새로운 먹을거리가 쉴새없이 쏟아져나오지만 호빵을 찾게 되는 이유다.

실제로 1970~19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은 추운 겨울 동네 구멍가게 앞에 빙글빙글 돌아가던 원통 찜기를 기억한다. 그 안에서 침샘을 자극하던 호빵은 봉긋한 모양을 뽐내며 독특한 발효향을 흩날렸고 눈과 코를 자극하는 호빵은 그냥 지나치기 힘들었다.
'호~호~'불어가며 호빵 하나를 먹고 나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SPC삼립이 1971년 10월 신제품 '호빵'을 내놓은 뒤 시장의 반응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출시하자마자 파죽지세로 인기 상승 가도를 달려 10월 중순부터 다음해 2월까지 SPC삼립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할 정도였다. 한겨울 3개월만 따지면 전체 매출의 절반에 육박했다. 눈 내리는 겨울, 노릇노릇 구워진 빵에만 익숙하던 소비자들에게 하얗고 말랑말랑하고 따끈따끈한 빵에 달콤한 단팥이 들어있는 호빵은 신선한 자극 그 자체였다.

1세대 호빵은 단연 단팥호빵이다. 단팥호빵은 당시 20원이라는 고가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날개돋친듯 팔려나갔다. 이후 10년간은 단팥빵의 전성시대로 불릴만큼 지속적으로 매출이 성장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경제가 발전하고 배고픔을 넘어 대중들의 입맛이 고급화되면서 호빵 매출은 정체되었다. '롯데리아'로 대표되는 패스트 푸드가 등장한 것도 이때였다.

단팥호빵에 이어 또다시 소비자들의 입맛을 다시게 한 것은 야채호빵이었다. 개발담당자가 요리학원에서 재료의 합리적인 배합법 등 조리 개념을 익혔다. 또 첨가물 개발을 위해 일본연수를 다녀오기까지 했다. 이런 노력 끝에 탄생한 야채호빵은 기존 제빵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제품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1990년대부터는 피자, 김치, 그리고 해물호빵, 먹물호빵까지 나왔다. 냉동 생지로 바꾸면서는 쑥, 옥수수 호빵도 내놓게 됐다. 이렇듯 기존의 맛의 확장이 3세대 호빵의 특징이라면, 최근에는 보다 전문화된 카테고리 확장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2000년대 초반에는 불닭 호빵, 피자 호빵, 김치 호빵 등 신세대 입맛을 반영한 호빵이 선보였고, 2010년대 들어서는 우리쑥 호빵 등 웰빙 콘셉트와 시즌 트렌드에 맞는 호빵이 나왔다. 최근 2~3년 사이에는 가정간편식(HMR)의 인기속에 포자(빠오즈)를 활용한 중화고기 호빵, 양념치킨 호빵, 맥앤치즈 호빵 등 신개념 호빵이 등장했다.

SPC삼립이 이달 선보인 올해 주력 신제품은 버거호빵과 에그호빵이다. 골든에그 호빵은 부드럽고 하얀 빵 안에 계란 노른자의 식감을 살린 달콤한 커스타드 크림을 넣었으며 모양도 계란을 형상화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버거 호빵은 햄버거가 연상되는 깨를 넣은 빵 속에 햄버거 재료인 고기, 토마토, 소스 등으로 만든 내용물을 넣어 햄버거 맛을 재현했다. 여기에 안주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호빵까지 나왔다.


SPC삼립 관계자는 "과거에는 겨울에만 호빵을 팔았지만 지금은 사계절용 호빵도 있다"면서 "지난해에도 호빵매출이 증가했고 올해도 강력한 한파가 예상돼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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