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Weekend 헬스]글루텐, 너의 죄를 사하노라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8 16:44

수정 2018.10.18 23:07

밀가루 속 글루텐, 다이어트 적이나 먹어선 안되는 곡물로 매도 당해
글루텐이 몸에 해로운 사람은 밀가루 알레르기, 글루텐 과민성 있는 극소수
‘글루텐 프리’ 다이어트식으로 유행하지만 비만 유발한다는 결과도 나와
[Weekend 헬스]글루텐, 너의 죄를 사하노라

[Weekend 헬스]글루텐, 너의 죄를 사하노라


최근 '글루텐 프리(Gluten-Free)' 음식이 유행하고 있다. 지난 달에는 글루텐을 제거한 맥주가 국내에 출시됐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또 제품 구입 시 '글루텐 프리' 표시를 전면에 하는 등 식품업계는 앞다퉈 '글루텐프리' 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글로벌365MC병원 김우준 원장은 18일 "밀가루에 포함되어 있는 글루텐에 대한 유해성은 여전히 논란 중이지만 밀가루를 '다이어트의 적'이나 절대 먹어서는 안 되는 곡물로 매도하는 것은 문제"라며 "물론 밀 알레르기, 셀리악병, 글루텐 과민증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밀가루를 피해야 하지만 이는 국내 1% 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글루텐, 보리 호밀 등 각종 곡물에 함유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밀을 주식으로 하며 수 천 년에 걸쳐 가장 안전한 식품으로 검증이 됐다. 전세계 음식의 열량비율을 살펴보면 기타가 50%이며 곡물 중에는 밀과 쌀이 19%로 가장 많다.
설탕이 7%, 옥수수가 5%다.

우리나라는 주식인 쌀의 섭취가 줄어들고 밀이 늘어나고 있다. 빵이나 국수 등의 섭취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밀에 함유돼 있는 올리고 과당과 이눌린과 같은 효소저항성 전분은 장내 박테리아의 건강한 구성을 만드는 데 유익하다고 알려져 있다. 또 장내에서 이러한 음식 미생물의 상호작용은 암, 염증상태, 그리고 심혈관계 질병 등으로부터 장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밀가루에 들어있는 글루텐을 섭취하면 안되는 사람도 있다. 바로 밀가루 알레르기, 글루텐 과민성, 셀리악병 등이 있는 사람들이다. 글루텐은 밀 뿐만아니라 보리, 호밀 등 디양한 곡류에 존재한다. 글루텐은 불용성 단백질로 장질환 및 알러지를 유발할 수 있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글루텐 저항증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는 셀리악 질병(Celiac disease)은 소장에서 일어나는 알레르기 질환으로 장내 영양분 흡수를 저해한다. 셀리악병은 대부분 유아기에 나타나지만, 드물게 성인이 된 뒤 처음 나타날 수도 있다. 전형적인 셀리악병 증상은 글루텐으로 인해 면역반응으로 소장의 돌기들이 낮아지면서 소화 흡수가 되지 않아 설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병은 미국과 유럽, 중동, 남미지역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보고된 환자가 단 1명에 불과하다. 이 1명의 환자도 치료를 통해 2개월만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즉,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약 113명당 1명 꼴로 발병하는 흔한 질병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발병 사례조차 흔치 않은 상황인 것이다.

실제로 의학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밀가루 섭취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셀리악병의 발병 증가 연구보고는 없다. 통계에서 나타나듯이 한국인은 유전적 성향이 서구인과 다르고 섭취하는 음식 종류 역시 서구와 달라 환경적 요인도 다르다.

또 글루텐 항체가 있는 사람들도 조심해야 한다. 최근 유행하는 글루텐 프리 다이어트는 글루텐 항체가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식사법이다. 글루텐 항체 보유자는 70~300명 중 1명으로 한국인은 글루텐 감수성 환자의 유전적 특이성인 HLA DQ2/8 보유자가 적다. 글루텐 항체는 병원에서 혈액검사로 가능하다.

밀가루 알레르기는 밀의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단백질과 반응하는 면역반응이다. 밀이 포함된 음식을 먹은 후 수 분에서 수 시간 사이에 알레르기 증상이 발생한다. 증상은 두드러기부터 호흡곤란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다면 밀의 섭취를 제한하는 게 맞다.

글루텐 과민증이 있다면 자신이 글루텐 섭취를 해보면서 확인할 수 있다. 일단 전형적인 셀리악병이 발생하는지 확인한 후 다른 음식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인지 점검한다. 이후 글루텐 섭취 제한 후 증상이 호전되는지 확인하고 글루텐 재섭취를 했을 때 증상이 발현되는지 본다. 이후 증상을 유발하는 글루텐이 어떤 것인지 확인하면 된다.

■영양분 골고루 섭취하는게 좋은 식단

지난해 스페인의 한 식품연구소가 빵, 파스타, 과자, 시리얼 등 대표적인 글루텐 프리 식품 654종과 글루텐이 포함된 동일 종류의 일반 식품 654종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글루텐 성분을 넣지 않은 '글루텐 프리' 식품이 오히려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고도 했다.

또 밀가루 섭취는 우리 국민의 건강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효과가 일정치 않은 글루텐프리가 건강식이나 다이어트 식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 일부 제품은 글루텐의 함량만 낮췄을 뿐 당류나 탄수화물이 오히려 더 많이 함유한 경우가 많다.

현재 미국에서는 의사의 진단을 받지 않고 글루텐 프리 식단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추세다. 실제 글루텐 민감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대다수는 사과, 우유, 치즈, 올리고당, 콩 등에 들어있는 포드맵(FODMAP) 성분 때문에 속이 불편한 경우가 많다.
포드맵이란 장에 잘 흡수되지 않는 당 성분으로 사람에 따라 섭취 후 장에 가스가 차는 과민성 장 증후군을 유발한다.

따라서 글루텐 프리 식단을 시도하기 전에 포드맵 식단을 먼저 권하고 있으며 의사의 정확한 진단 후 자신에게 맞는 식단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김 원장은 "글루텐 프리 제품이 체중증가와 영향 불균형에 오히려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글루텐에 신체적 이상이 없는 사람은 건강을 위해 밀가루를 먹지 않는 것보다 균형 잡힌 식사와 적절한 열량을 섭취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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