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블랙리스트 미결과제, 문체부 다시 나서야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8 16:37

수정 2018.10.18 17:29

[기자수첩]블랙리스트 미결과제, 문체부 다시 나서야


문제가 드러난 지 2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숙제가 여전하다.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얘기다. 지난해 새 정부가 출범한 이래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민간위원들과 함께 야심차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그 끝은 이리저리 갈렸다.

문체부가 최근 발표한 부처 내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의 후속조치에 문화예술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실질적 징계는 이뤄지지 않은 채 주의 조치만 이뤄진 것을 두고 '셀프 면죄부'라는 비판을 하고 있는 것. 특히 진상조사위에 참여했던 민간위원들이 더 참담한 심정을 내비쳤다. 함께 진상조사위를 통해 수사 의뢰 26명과 징계대상자 104명 등 총 130명을 명시한 '블랙리스트 방지를 위한 진상조사 책임규명 권고안'을 내놨지만 결국 이행조치에선 문체부의 밀실행정으로 이 권고안마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그들은 밝혔다.


지난 14일 진상조사위 민간위원들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도종환 문체부 장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도 장관은 후속조치를 발표하며 문화예술계의 의견을 듣지 못하고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다는 비판에 대해서만 수긍하고 사과했을 뿐 재검토 요구에는 확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예술계 관계자 중 한 사람은 마치 벽을 마주하는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결국 문체부와 문화예술계는 이와 관련해 다시 내홍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블랙리스트 사건 피해자 측 대리인단은 지난 16일 다시 한번 문체부의 '책임규명 이행계획안'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문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발목을 붙잡고 있는 과거의 잘못들을 끊어내야 한다. 그 과정에 있어서 신뢰와 투명성이 더해져야 한다. 문체부는 과거 진상조사위 출범 때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문화예술계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공정한 문화예술정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모순적 대응 앞에서 문체부는 과거보다 더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신뢰 회복이다.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 상처를 봉합하려면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신뢰를 잃은 블랙리스트 후속조치를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문화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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