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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종전선언·평화협정', 마지막 냉전을 해체하는 일" ..교황 방북 설득전 돌입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8 02:49

수정 2018.10.18 02:49

교황청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국무총리격인 국무원장 집전 
文대통령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 참석해 연설 
18일 교황 예방...방북 수락 여부 주목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6일 오후(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에 공군 1호기 편으로 도착한 뒤 교황청 외교관 출신 프란체스코 카날리니 대주교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6일 오후(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에 공군 1호기 편으로 도착한 뒤 교황청 외교관 출신 프란체스코 카날리니 대주교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마(이탈리아)=조은효기자】이탈리아를 공식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한국시간 18일 새벽 1시)로마 교황청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에 참석해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가톨릭의 심장부인 바티칸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나아가 북·미에 대해 비핵화 협상 진전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을 주제로 한 기념연설에서 "우리는 기필코 평화를 이루고 분단을 극복해 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연설은 총 75분간으로 예정된 미사가 마무리 될 무렵 약 10분간 이뤄졌다.

■"한반도 바람직한 길 개척 중"
문 대통령은 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 "한반도와 전세계의, 평화의 미래를 보장하는 바람직한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점, 비무장지대 무기와 감시초소 철수, 지뢰제거, 북·미 정상회담 등이 '바람직한 길'의 여정에 있음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교황성하께서 평화를 향한 우리의 여정을 축복해 줬고, '기도로써 동행해줬다. 교황청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대표단을 파견해 한반도의 평화를 강력하게 지지해 줬다"며 교황과 교황청에 사의를 표했다.

이날 미사 집전자는 교황청 국무총리 격인 피에트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었다. 국무원장의 미사 집전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교황청의 각별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동시에 미사 중간 국가 정상의 연설 역시 교황청 역사상 "특별하면서도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교황청 측의 입장이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강론에서 "남북한이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면서 "한반도의 조속한 평화 정착을 위해 세계가 함께 기도해 나가자"고 했다.

이탈리아를 공식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이탈리아 로마 시내 대통령 궁에서 세르지오 마테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탈리아를 공식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이탈리아 로마 시내 대통령 궁에서 세르지오 마테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황 '방북 여부' 답변 주목

문 대통령은 바로 다음 날인 18일 정오(한국시간 같은 날 오후)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요청 메시지를 직접 전할 계획이다. 북한과 교황청을 잇는 일종의 중재역할이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전날 교황청 기관지에 게재된 특별 기고문에서 "교황청과 북한 간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문제에 보인 관심을 감안하면 평양행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4.27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진지한 여정을 달성하고자 하는 남북한 지도자들의 용기 있는 약속에 기도로 함께 동행할 것"이라고 하는 등 그간 수차례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냈다.

현대사엔 교황이 갈등과 대립의 역사를 중재하고,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몇 가지 장면이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79년 공산정권하의 고국 폴란드를 방문 "인간의 존엄을 위래 투쟁을 두려워 하지 말라"고 연설했다. 또 1984년 전두환 정권 당시 방한, 광주 무등산 경기장에서 "여러분의 참극과 상처를 잘 안다"고 위로했다. 베네딕트 16세 교황 역시 쿠바를 방문해 "새롭고 개방된 더 나은 사회 건설을 향해 나아가라"고 역설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이어받아 지난 2013년 즉위 이래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 콜롬비아 평화 협정 타결 등에 막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한 사회에 변화의 바람을 주입하고,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을 해소시키는 역할을 자임할 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와 천주교 인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이력을 소개하며, "그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모친 강한옥 여사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세례를 받았다. 세례명은 디모테오(하느님을 공경하는 자)다.
이날 미사에는 교황청 주요인사와 외교단, 한인 신부와 수녀, 재이탈리아 동포 등 500명 이상이 참석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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