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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美 제재에 '뜻밖의 이득'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7 17:23

수정 2018.10.17 17:23

루블가치 크게 하락 美 이란제재 발표후 석유값은 14%가량 뛰어
러 석유업체들 매출 '쑥' 세금받는 정부 곳간 불어나
러시아, 美 제재에 '뜻밖의 이득'


미국의 경제제재가 러시아에 예상밖의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최대 수출품인 석유 가격을 끌어올리는 한편 루블 가격은 끌어내려 석유수출대금을 루블로 환산할 경우 석유업체들에 막대한 환차익까지 안겨주고 있다.

덕분에 러시아 정부 곳간은 넉넉해지고, 러시아 주식시장 역시 날개를 달고 상승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제재가 의도한 효과와 반대 결과를 빚기 시작하면서 제재의 부작용이라는 위험을 안게 됐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의 경제제재로 실상은 톡톡히 혜택을 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기업 석유매출 폭증

러시아 주력 수출품인 석유 가격은 미국의 이란 석유제재 방침 발표 당시인 8월 중순 이후 14% 가까이 뛰었다.
반면 루블 가치는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조처를 취한 4월 이후 달러에 대해 15% 급락했다. 올들어 신흥국 통화들이 미국의 금리인상, 달러 가치 상승, 무역전쟁 우려 고조 등으로 하강 압력을 받고 있는데 더해 러시아 루블은 미국의 제재까지 겹치며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8월에는 미국이 영국내 독살사건을 이유로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경고하면서 루블 가치는 더 떨어졌다.

그러나 이같은 제재와 달러 강세, 유가 강세라는 혼합은 러시아에 뜻밖의 횡재가 되고 있다. 마치 수출드라이브 정책에서 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수출업체를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말만 해도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러시아 석유수출업체들은 루블로 환산할 때 1배럴 수출할 때마다 3835루블 조금 넘는 돈을 거둬들였지만 지금은 5262루블을 가져올 수 있게 됐다.

유가 상승과 루블 하락으로 러시아 석유업체들이 가만히 앉아서 40% 가까운 매출증가를 거두게 된 셈이다. 세계 최대 상장 석유업체인 러시아 로스네프트는 지난 2·4분기 세전순익이 전분기 대비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러시아 에너지 업체 주가도 덩달아 뛰었다. 올들어 로스네프트와 루크오일 주가는 각각 56%, 39% 폭등세를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의 의도와 다르게 정부 재정도 넉넉해졌다. 러시아 최대 수출업체들인 이들 석유업체 매출 확대는 막대한 세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애버딘 스탠다드 인베스트먼츠의 신흥국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 빅토 자보는 "러시아는 고유가와 루블 약세로 훨씬 더 좋아졌다"면서 "예산 관점에서 이는(고유가와 루블약세) 일거양득인 셈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부채줄어 경상수지도 개선

경제제재는 또 러시아의 부채를 줄여주고, 경상수지도 개선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러시아가 발행한 달러표시 채권에 대해 미국이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러시아 정부와 기업들의 채권발행이 강제적으로 감퇴됐기 때문이다.

소시에테제네럴(SG)은 러시아의 달러 표시 채권 발행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러시아 대외부채가 줄어드는데 경제제재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SG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러시아 민관 부채 보유규모는 2016년 이후 감소세를 타 올 1·4분기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32%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루블 약세 등에 힘입어 경상수지 흑자는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러시아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 4·4분기 146억달러에서 올 1·4분기 183억달러로 증가했다. 크레디트사이츠는 고객들에게 보낸 분석 노트에서 "러시아가 (오랜) 저유가와 경제제재에 인상적으로 잘 적응했다"면서 "국가 부채는 제법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대외부채 규모는 현재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라고 평가했다.

물론, 제재가 긍정적인 작용만 한 것은 아니다. 2014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한 뒤부터 시작된 서방의 경제제재로 루블 가치가 반토막 나면서 수입품 가격이 올라 물가가 뛰고 있다.
러시아중앙은행(CBR) 예상에 따르면 러시아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은 내년말 정책 상한선인 4%를 크게 뛰어넘는 5.5%까지 뛸 수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해 CBR은 지난달 0.25%포인트 깜짝 금리인상에 나서 기준금리를 7.5%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러시아 채권 수익률 역시 제재 여파로 올라 2023년 9월 만기인 달러표시 러시아 국채 수익률은 3.28%에서 4.275%로 급등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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