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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포카혼타스 논란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7 16:57

수정 2018.10.17 16:5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69)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워런은 15일 자신이 미국 원주민 혈통임을 방증하는 유전자(DNA)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인디언 추장의 딸 '포카혼타스'라고 비아냥대면서도 "인디언 혈통이라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한 데 정면 반격에 나선 것이다.

워런 의원이 공개한 스탠퍼드대 보고서에는 그의 6~12대 조상 중 인디언이 있다는 근거가 담겨 있었다. 이날 그는 자신이 과거 소수인종임을 내세워 대학 교수직을 차지했다는 트럼프의 주장도 정조준했다. "워런이 뽑힌 것은 채용시장에서 최고였기 때문"이라는 과거 그의 동료교수의 증언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면서다.
차기 대선 민주당 후보군에 올라 있는 워런이 '방어 겸 선제공세'에 나선 셈이다.

워런으로선 팩트나 명분에서 밀릴 게 없다고 본 모양이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당시 워런을 포카혼타스라고 불렀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으로 널리 알려진, 백인과 결혼한 인디언 여성의 이름이었다. 트럼프가 이를 거론한 것 자체가 미묘한 이슈인 인종차별주의를 건드린 격이었다. 1970~8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이른바 '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으로 올바름·PC)' 캠페인을 거스르면서다. 성이나 인종, 신체 등에 따른 약자차별 언행을 조심하자는 'PC운동'의 취지에 따라 미국 사회에서 인디언이란 단어도 금기시됐다. 그 대체어가 '원주민 미국인'(Native American)이다.

트럼프는 워런의 강수에 잠시 당황하는 듯했다. 하지만 다음 날 "그녀는 가짜 DNA 검사를 받았고 평균적 미국민보다도 훨씬 적은 1024분의 1에 해당하는 (원주민의) DNA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강공으로 전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특유의 거친 공세의 배경을 두고 미국 조야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단지 '멘탈 갑' 성향 때문만은 아니란 얘기다.
미국 내 고소득·좌파 성향을 제외한 백인 다수가 'PC운동'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도 그 하나다. 예일대의 최근 조사 결과가 그랬다.
참여한 연구원들은 "PC 논쟁은 월세를 걱정하며 사는 '탈진한 다수'에겐 멀고도 불편한 얘기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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