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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 권리 보호 '세무조사 녹음권' 국회서 수정되나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7 16:55

수정 2018.10.18 10:08

세무조사 권한 남용 방지.. 야당, 악용 가능성 제기
세무조사를 받을 때 조사대상인 납세자가 녹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국세기본법(국기법) 개정안이 야당의 반대로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납세자의 권리보호 강화는 인정하겠지만 악의적 탈세자가 녹음의 일부분 발췌해 재판에 증거로 제출하는 등 악용할 우려가 있어 보완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개정 목적대로 실제 서민을 위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무조사녹음권', 국회 문턱 넘을까

17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월 말 세법개정안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납세자 권리보호 및 납세편의 향상을 위해 세무조사과정에 대한 녹음권 도입을 신설키로 했다.

현행 국기법은 81조 4항에서 '세무공무원은 적정하고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세무조사를 해야 하며 다른 목적 등을 위해 조사권을 남용해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5항은 납세자는 세무조사를 받는 경우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를 조사에 참여토록 하거나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것으로 명시했다.
즉 4항은 세무조사 남용금지, 5항은 세무조사에서 납세자의 권리를 각각 담아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일반적 행정조사와 달리 녹음에 관한 규정이 없다며 관련 4항과 5항 사이에 '세무조사 과정에 대한 녹음권 도입'을 새로 넣기로 했다. 납세자 권리 강화 차원이다.

정부 개정안대로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세무공무원과 납세자는 모두 세무조사 과정의 녹음이 가능하다. 세무공무원은 녹음할 경우 납세자에게 사전 통지해야 하고 납세자가 요청하면 녹음파일 등을 교부해야 한다. 납세자는 세무공무원과 별도로 녹음할 수 있다.

국세청은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과 함께 4대 권력기관으로 불린다. 따라서 세무공무원들이 막강한 세무조사 권한을 견제하겠다는 정부의 조치로 풀이된다. 세무조사 때 피조사인을 필요 이상 압박하는 등 권리 남용으로 납세자의 불만이 많다는 이유도 고려했다고 세법개정안 당시 정부는 설명했다.

■야당, 악용 가능성 제기

그러나 야당 일부 의원은 국세청의 의견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의원들이 보는 것은 우선 녹음권이 실제 서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느냐 여부다. 오히려 녹음권이 신설되더라도 일반 서민보다는 대형 로펌이나 회계법인의 도움을 받는 상위 몇 %에게 효과가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납세자가 녹음권을 이용할 경우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을 담아야 하고, 이를 향후 법적 다툼에서 활용하려면 전문가의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그동안 취약계층 등 서민 납세자의 목소리를 폭넓게 반영해주던 세무공무원 재량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것이라는 걱정도 제기된다. 세무공무원 입장에선 녹음을 하게 되면 납세자의 사정을 참작할 사안이 있어도 법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납세자가 일부 내용을 악의적으로 편집할 가능성도 있다.
세무조사는 이미 사전조사를 통해 혐의를 의심할 상당한 증거가 확보된 탈세자가 대상이므로 일반조사와 비교는 부적절하다는 의견 역시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국세청 등에서 걱정하는 부작용을 보완할 방법을 찾고 있다"며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녹음은 지금도 가능하기 때문에 (법률 개정은)선언적 의미가 있다"며 "세무조사는 악의적 탈세자뿐만 아니라 정기 세무조사를 통해 모든 납세자에 대한 조사도 이뤄진다"고 밝혔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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