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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잊혀진 6·25 참전용사, 사진으로 기록"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7 18:05

수정 2018.10.17 18:05

현효제 사진작가 "더 많은 분들 담는게 목표"
국내외 돌며 참전용사 만나 300여명에 액자 선물
[fn 이사람] "잊혀진 6·25 참전용사, 사진으로 기록"

"아직 많은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생존해 계신데, 더 늦기 전에 그분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군인 찍는 사진작가' 현효제씨(39.라미 현.사진)가 최근 집중하는 작업은 미국.영국 등 6·25 참전용사들의 생전 모습을 담는 일이다. 미국에선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는 6·25전쟁, 이미 그들 내부에서도 잊혀졌을 법한 60여년 전 기억을 소환하는 일이다.

현씨는 17일 인터뷰에서 이 일을 하게 된 이유를 '기록'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가 찍은 사진을 액자로 선물받은 참전용사는 국내에서 100여명, 미국.영국 등지에서 약 200명이다.

당장 18일엔 미국 올랜도로 향한다.
한국전참전용사협회 연례 정기모임이 이곳에서 열린다. 이어 21일엔 애리조나로 이동한다. 그는 "이번에 미국에 가면 약 200분의 사진을 찍을 것 같다"고 했다. 미국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를 기다리는 노병이 있는 곳이라면 미국 워싱턴.샌프란시스코.뉴욕.피닉스, 영국 런던 등을 찾아다니고 있다.

개당 5만원 하는 액자엔 후원자의 서명과 짧은 글이 들어간다. '당신 덕분에 내가 살아있습니다' '당신은 영웅입니다' 등의 메시지가 담긴다. 사진으로 받는 순간, 노병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우는 사람도 있고, 자식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한국이란 나라의 자유를 위해 싸웠던 '영웅'이었다는 걸 느끼는 것이다."

6·25전쟁에서 오른팔을 잃고, 지혈을 하고 다시 전투에서 교전을 하다가 같은 날 오른쪽 다리마저 잃은 퇴역장교, 윌리엄 웨버 대령의 얘기를 들려줬다. 현 작가를 만난 웨버 대령은 "자신들이 더 잘 싸웠더라면 통일된 한국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분단이 돼 미안하다"며 "한국이 같은 민족.같은 나라가 되는 걸 보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화가 후원에 나서면서 사정이 나아졌지만 그 전까지는 장비를 팔고, 대출을 받아 여비를 마련했다. 무거운 촬영장비를 들고 다니다보니 까다로운 미국 공항 출입국심사대에서 걸리기 일쑤. "미국엔 왜 왔나. 왜 이런 일을 하나. 비용은 어떻게 하느냐." 의심 어린 질문이 몇 차례 오간 뒤 "이런 일을 해주다니 고맙다"는 반전의 인사를 받기도. 그럴 땐 뭉클한 감정이 올라온다.

이번 후원으로 프로젝트는 '리멤버 180'란 명칭을 달았다. 리멤버 180은 '180만여명'에 달하는 6·25 참전 미군의 공헌을 기리는 프로젝트다. "그분들 덕분에 우리의 삶이 180도 바뀌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행군을 2023년까지 할 생각이다.
10대 후반, 20대 초반이 참전해 지금은 80~90대가 된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5년 남은 정전 70주년까지 속도를 낼 생각이에요. 목표는 많은 분들을 기록하는 게 목적입니다.
" 현씨가 2013년부터 지금까지 촬영한 국군은 5000여명, 외국군 참전용사는 300여명으로 기증 액자만 300여개에 이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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