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학교지옥’서 4개월...죽어서야 끝난 괴롭힘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7 10:31

수정 2018.10.17 11:45

[클릭 이 사건]
해당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픽사베이
해당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픽사베이
초등학교 시절 A군(당시 13살)은 교내·외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교우 관계에서도 큰 문제가 없었다.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할 학교가 '지옥'이 된 건 지난해 3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부터다.

■학교서 벌어진 집단 괴롭힘의 끝은 극단적 선택
시작은 사소했다. 경상북도에서 울산의 한 중학교에 전학을 온 A군은 신상명세서에 경북 지역번호를 기재하는 작은 실수를 했다. 옆에서 지켜본 B군은 이를 트집잡아 A군을 놀렸고, 다른 친구들도 "너네 엄마 OOO 사람이냐"는 말로 거들었다.


이후 B군과 급우들의 집요한 괴롭힘이 시작됐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던 A군의 모습을 친구들과 내려다보며 놀리는가 하면 시시때때로 친구들 앞에서 망신과 면박을 줬다. C군은 교실에서 엎드려 있는 A군을 깨운다는 이유로 머리를 세게 때렸고, 기독교 신자인 A군에게 "하나님이 널 버렸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또 A군이 작성한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메모를 발견하고, 급우들이 보는 앞에서 큰 소리로 놀렸다.

집단따돌림에 가담한 일부 학생들도 A군에 대해 공개적인 모욕주기를 즐겼다. 지옥같은 학창시절은 같은 해 7월 14일까지 이어졌다.

그날 오전에는 한 학기 동안 친구들에게 전하지 못했던 말을 하는 '마음나누기' 수업이 있었다. A군은 B군을 지목해 '그 때 왜 그랬어'라며 그 동안의 서운함을 토로했다. B군은 수업이 끝나 선생님이 나가자 A군에게 "네 얼굴 보는 것이 제일 고통이다"고 말한 후 욕설을 내뱉었다. A군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엎드려 우는 것 뿐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A군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넉 달간 이어진 괴롭힘은 그렇게 끝이났다.

■가해학생들은 보호처분..법원 "부모들도 손해배상 해야"
열세 살 소년의 죽음 뒤에야 어른들이 움직였다. B군과 C군은 지난해 9월 장기보호관찰과 1개월 소년원 송치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5명에게는 단기보호관찰과 보호자 감호위탁 처분이 내려졌다. 이들은 처분에 불복해 항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A군의 가족들은 따돌림에 가담한 학생 7명은 물론, 그들의 부모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교장, 담임교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A군의 죽음에 대해 B군과 C군 등 가해 학생 6명과 그들의 부모에 대해 20%의 책임비율을 인정하고, 공동으로 약 1억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울산지법 민사12부(김중남 부장판사)는 "A군은 가해학생들로부터 지속적, 반복적으로 가해행위를 당하는 과정에서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자존감 상실이 누적된 결과 자살에 이르렀다"며 "가해학생들은 당시 중학생들로서 자기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분별한 능력이 있었다. 그들의 부모도 미성년 자녀들이 타인을 괴롭히거나 따돌리는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보호·감독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으나 이를 게을리했다"고 판시했다.


교장과 담임 교사에 대해서는 "A군은 담임교사나 부모에게 따돌림 사실을 말한 적이 없다"며 "공립학교 교원인 두 사람이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에서 A군에 대한 보호감독의무를 소홀히 했다거나 자살이라는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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