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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슈망 플랜과 철도공동체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6 16:32

수정 2018.10.16 16:32

프랑스와 독일은 숙적이다. 알퐁스 도데가 소설 '마지막 수업'을 발표했던 그해(1871년) 프랑스는 보불전쟁에서 독일에 대패한다. 프랑스는 막대한 전쟁배상금과 함께 알자스로렌을 독일에 빼앗겼다. 조국을 잃은 슬픔이 도데의 소설에 잘 표현돼 있다. 알자스로렌은 국경 마을로 질 좋은 석탄과 철이 생산된다. 유럽에 큰 전쟁이 날 때마다 두 나라는 적으로 싸웠다.
서로 이 땅을 차지하려고 끊임없이 쟁탈전을 벌였다.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망하자 프랑스는 이 땅을 되찾았다. 전후 유럽인들은 항구적인 평화를 원했다. 여기에 획기적으로 기여한 것이 당시 프랑스 외무장관 로베르 슈망(1886~1963년)이 제안한 '슈망 플랜'이다. 그는 프랑스와 독일이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경제공동체를 실현하면 전쟁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 제안은 1951년 인근 6개국이 참여하는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출범으로 구체화됐다. ECSC는 석탄과 철의 생산.판매를 공동관리하는 국제조직으로 유럽경제공동체(EEC)와 유럽연합(EU) 등 유럽통합의 시발점이 됐다.

슈망이 공동체 실현을 통해 유럽통합에 초석을 놓은 것은 그의 출생과 관련이 깊다. 그는 룩셈부르크에서 태어났으며 출생 당시 국적은 아버지의 혈통에 따라 독일인이었다. 33세가 되던 1919년 알자스로렌이 프랑스 소유로 넘어가자 프랑스인이 됐다. 그의 아버지는 그와 반대의 길을 걸었다. 출생 당시에는 프랑스인이었으나 로렌 지역이 보불전쟁 후 독일 영토가 되자 독일인이 됐다. 전쟁의 회오리 속에 국적이 바뀌는 복잡한 가족사는 그에게 평화에 대한 갈망을 더욱 크게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방문에서 슈망의 이야기를 꺼냈다. "유럽에서 ECSC가 했던 것처럼 동북아시아에서도 철도공동체를 통해 다자안보협력을 이루고 싶다"며 프랑스의 지지와 협력을 요청했다.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는 남북한 철도와 시베리아횡단.중국횡단철도를 연결하고, 인접 6개국과 미국이 공동관리를 통해 경제.안보협력을 강화하자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8.15 광복절 축사에서 제안한 내용이다.
피란민과 이산가족의 고통을 겪은 문 대통령의 철도공동체 구상이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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