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남북관계 고속 개선, 북미는 정체..美 심기 틀어지나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6 14:37

수정 2018.10.16 14:37

남북, 철도·도로·군사 문제 해결책 논의 관계개선 지속
북미관계, 비핵화 문제 둘러싸고 최근 정체된 모습
남북관계 개선, 美의 대북제재 기조와 엇박자 평가
지난 7월 24일 남북철도점검단이 경의선 철도의 북측 연결구간 중 사천강 철도 교량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24일 남북철도점검단이 경의선 철도의 북측 연결구간 중 사천강 철도 교량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국이 경계하고 있는 '북미관계에 앞서는 남북관계의 진전'이 지속되면서 북한 비핵화 문제를 두고 한국과 미국의 마찰음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한·미는 표면적으로는 '긴밀한 공조'를 하고 있지만 최근 '불협화음'이 여러 차례 감지되고 있다.

남과 북은 지난 15일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해 철도·도로 연결 등 경제협력의 기초사업과 군사적 긴장완화를 구체화할 '남북군사공동위원회'의 구성에 합의, 남북장성급회담을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하는 등 뚜렷한 관계 개선을 이루고 있다.

반면 미국과 북한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 확정 이후 관계의 진전 움직임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대북제재 해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제재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심지어 북한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의 4차 방북 당시 종전선언·신뢰구축을 요구하며 미국의 '핵 리스트' 일부 신고 요청을 거부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즉 남북이 고속으로 관계개선을 하는 가운데 북미관계 개선이 정체되면서 미국이 우려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북한을 비핵화 테이블에 앉게 한 것이 대북제재라고 믿는 미국에게 남북의 경협 움직임은 비핵화의 틀을 깰 수 있는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또 이번 회담 최대 관심 사항 중 하나였던 철도·도로 연결문제에서 남북은 이달 하순 철도 공동조사를 벌이기로 했고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 착공식을 여는데 합의했다. 공동조사의 경우 지난 8월 말에 하기로 했지만 "공동조사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군사령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번 회담 당시 우리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철도·도로 연결문제)는 유엔사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고 남북이 합의한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긴밀한 협의'가 수사적 표현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미국과 협의가 잘 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만약 미국과 협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비핵화를 위한 강력한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논리에 막혀 철도·도로 연결은 첫 삽을 뜨기 위한 예비단계인 공동조사마저 불발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최근 한·미관계는 남북군사합의서에 대한 폼페이오 장관의 항의성 전화, 이명박정부 당시 대북제재였던 '5·24조치' 해제 가능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은 미국의 승인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 발언 등으로 균열음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프랑스를 국빈 방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도 한·프랑스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상응조치를 할 경우 북한은 핵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면서 대북제재 완화를 위한 프랑스의 역할을 주문했다.
대북제재에 대한 미국의 기본적 입장과는 상반된 발언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정도를 미국이 문제 삼지는 않겠지만 한국의 이러한 기조가 대북제재를 강조하는 미국의 정책적 분위기를 악화시킨다는 않는 인식을 심어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이어 "최근 우리 정부가 비핵화 촉구에 미온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한·미간 마찰을 줄이려면 미국과 사전조율을 더 충실하게 하고, 경제협력 움직임과 발맞춰 북한에 핵 신고·검증 같은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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