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재건축에 대한 창의적 접근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4 17:26

수정 2018.10.14 17:26

[데스크 칼럼]재건축에 대한 창의적 접근


"사람들이 모여들어 주택 수요가 늘어나는데 공급이 증가하지 않으면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 뉴욕대 교수는 노벨상 발표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도시화와 집값 상승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서 "그냥 시장에 맡기면 수요공급원칙에 따라 스스로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모두가 다 알고 있는 해법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에게 들으면서 '왜 우리 정책당국은 이 평범한 진리를 외면할까' 하는 답답함이 몰려왔다.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 엄밀히 말해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에 대한 해법도 여기에 다 들어있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는 지역에 추가로 공급하면 될 것을 인위적으로 막으니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재건축 아파트다. 정부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집값 급등의 원인 제공을 하고 있다는 판단에 사실상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규제란 규제는 몽땅 쏟아부었다. 초과이익환수제 시행, 안전진단 요건 강화 등을 통해 재건축을 틀어막았다. 새 아파트를 지을 땅이 없으니 추가 공급은 멈췄다. 서울 강남에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대거 거주하고 있어 추가 공급을 의도적으로 막아 '명품'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나돌 정도다.

서울 아파트 값을 잡으려면 추가로 공급을 해야 한다. 시장에 맡기는 것이 영 못마땅하다면 정부가 '창의적 개발'을 허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책임지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부동산은 끝났다'라는 책에서 창의적 개발을 제시한 바 있다.

김 수석은 "용적률이 3배 늘어나게 되면 소유자는 그만한 이익을 보는 반면 세입자들은 싸게 살 수 있던 낡은 집이 사라지기 때문에 결국 더 멀리 밀려나야 한다"면서 "개발이익 환수를 전제로 창의적인 개발을 허용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밝혔다. 김 수석은 창의적 개발의 예로 "환수된 개발이익은 세입자용 임대주택을 짓거나 공공시설을 확충하는 등 공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의적 개발을 현 시점에서 가장 잘 적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재건축이다. 용적률을 높여 기존 주민에게 혜택을 줌과 동시에 세입자용 임대주택 물량을 확보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임대주택 건설비용은 올해부터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로 거둬들인 돈을 활용하면 된다. 기존 주민은 사업 진행이 빨라 좋고, 정부 입장에선 추가 예산 없이 공공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다. 건설사들도 추가 일감 확보가 가능하고, 일자리 역시 자연스럽게 창출된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새 아파트와 임대주택이 공급된다. 집값을 잡는 지름길을 마다하고 먼 길을 돌아가고 있다.
추가 공급의 키를 잡고 있는 재건축에 창의적 접근이 절실한 때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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