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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공조 ‘삐걱’… 北비핵화 먹구름 끼나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2 16:34

수정 2018.10.12 16:34

트럼프, 남북관계 과속 불만
美 "대북제재, 중요 역할" 韓 "관계 개선이 도움돼" 비핵화 시각차 균열 보여
굳건 한 것으로 당연시됐던 한·미관계의 균열이 보이면서 한·미의 찰떡공조가 필수적인 북한 비핵화 문제 진척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여러 차례 북미관계에 앞서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경계했던 것도 결국 한·미공조 균열의 다른 모습이었던 셈이다.

비핵화 문제는 북미가 풀어야할 문제라는 것은 청와대도 인정한 사실이다. 하지만 한미는 군사안보동맹 관계로 비핵화 협상의 주전이 미국일 뿐이지 한국이 '들러리'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한미갈등은 북미 비핵화 협상을 앞둔 가운데 빚어진 사실상 '내분'이다.

한·미관계의 틈은 지난 10일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윤곽이 드러났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평양정상회담 전 남북군사합의서 문제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불만을 품고 전화를 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강 장관은 같은 날 국감장에서 "5·24 대북제재 조치의 해제를 관계부처와 검토중"이라고 말했다가 번복했다. '관계부처가' 즉 통일부가 예전부터 5·24조치의 해제를 검토했다는 것이 본래 발언의 뜻이었다는 것으로 해명하면서 미국과는 긴밀한 협조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강 장관 발언 다음날인 지난 11일 국감에서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부인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5·24조치 해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사실은 없다"면서 "해당 조치 해제를 위해서는 천안함 문제와 관련한 북한의 어떤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5·24조치는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 3월 26일 북한이 천안함 폭침 도발 이후 같은 해 등장한 대북제재 정책으로 모든 영역의 대북지원을 차단하는 것이 골자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과 이 조치로 남북 교류협력은 중단됐다.

하지만 논란은 미국으로 번졌다. 12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의 승인(approval) 없이 제재 해제를 하지 않을 것이고, 한국은 미국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말해 한국의 주권을 침해했다는 국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미국의 비핵화 속도보다 빠른 한국의 남북관계 개선에 보내는 직접적이고 분명한 불만 메시지다.

이는 미국과 한국이 비핵화에 대한 시각차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북 경제제재가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으로 이끌어내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고, 한국은 남북관계 개선이 미국 주도하는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한국과 미국의 긴밀한 공조는 비핵화 문제의 기본 전제이고,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나선 것 역시 한미동맹과 한미의 전쟁억제력, 한미의 대북제재 공조전선을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한국과 미국 사이에 균열이 생기면 비핵화를 강하게 추진하는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 국무부도 "대북재제 완화에 앞서 비핵화가 이뤄져야 하고 제재 완화는 비핵화에 달려있다"면서 "미국은 한국과 북한에 대한 '일치된 대응'을 긴밀히 조율하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센터장은 "남북관계 발전이 중요하지만 결국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명백한 한계가 있고, 남북 철도·도로연결 문제도 대북제재 기조 속에서 현실적으로 진전시키기는 어렵다"면서 "우리 정부가 허술하게 할리는 없지만 기본전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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